[뉴스핌=김동호 기자] 삼성그룹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 힘든 시험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외신에 의해 제기됐다.
지난달 30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부회장이 최근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들로부터의 시험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간 삼성을 이끌어 온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아들인 이재용씨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삼성의 경영권 승계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와중에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관심있게 전했다.
이 회장의 선친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1938년 삼성을 창업할 당시만 해도 삼성은 지방의 작은 무역회사에 불과했으나, 이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후 삼성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회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부문과 TV,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은 당당히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본격적인 경영 일선에 부각된 이후, 지난 6월부터 삼성전자의 주가는 11% 가량 하락했다. 최근 삼성의 이익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 우려와 삼성그룹의 미래 전략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 부회장이 삼성의 경영권을 승계한 이후에도 과거와 같은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의문을 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특히 작은 회사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삼성을 키워낸 이 회장과 같은 경영 능력을 이 부회장 역시 보여줄 지가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라는 것.
신문은 24만 6000명에 달하는 삼성그룹 임직원 중 이 회장을 개인적으로 잘 아는 이는 거의 없지만 그의 전설적인 성공신화는 모두에게 알려져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특히 삼성이 휴대전화 사업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 품질기준에 못미치는 휴대전화 수천대를 이 회장의 지시로 거대한 모닥불에 태워버린 일화는 유명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삼성의 성공 신화가 이 회장의 뛰어난 경영능력 덕분인지, 아니면 뛰어난 임원진들에 의해 이뤄진 성과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쿼드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마르첼로 안 펀드매니저는 "삼성은 지난 20년간 전문경영인들이 매우 조직적인 방법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틀을 만들었고, 이것은 애플과의 다른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의 경영권 승계가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어린 시절부터 후계자 수업을 받아온 이 부회장의 역량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올해 45세인 이 부회장은 그의 부친인 이 회장보다는 보다 외향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은 일본 게이오대와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을 나와 외국어에도 능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이 삼성 내에서 초기에 맡았던 직책은 최고 고객담당책임자(CCO)로, 당시 주변에선 이를 한직으로 평가하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CCO 업무를 통해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정기적인 만남을 가질 수 있었고 이후 이 부회장은 2011년 잡스의 추도식에 초대된 유일한 아시아인 경영자가 될 수 있었다.
삼성과 애플은 여전히 스마트폰과 관련된 여러 특허를 두고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으나, 애플은 여전히 삼성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다.
또한 이 부회장이 CCO로 재직하면서 쌓은 글로벌 인맥은 삼성이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여전히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가운데 아시아 신흥국 시장을 담당하는 허메스 증권의 조너선 파인스 펀드매니저는 "삼성의 경영방식은 지금까지 매우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이를 비판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하면서, 다만 "체스게임과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은 (삼성의) 다음 수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