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해외 주요국가의 주거 복지제도인 주택 바우처가 국내에서 연착률할 지 관심을 모은다.
이 제도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주거비가 계속 늘어나면 예산만 들어가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아서다.
전문가들은 주택 바우처의 관리가 철저히 이뤄지지 않으면 노동력 저하로 이어지는 '도덕적 해이'의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입을 모은다.
바우처 제도의 정착을 위해선 임대주택의 공급 확대도 병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변창흠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바우처가 저소득층의 주거복지에 보탬이 되겠지만 임대료 상승세를 잡지 못하면 유명무실한 정책이 될 수 있다”며 “주택 임대료 상승이 꾸준히 지속되는 데다 내년 이 제도의 시행을 기점으로 집주인이 임대료를 올릴 가능성도 높아 저소득층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지 의문”라고 지적했다 .
변 교수는 “주거 안정을 위해 월세상한제 도입과 월세 계약 기간을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바우처 예산이 연속성을 갖고 편성될 지도 미지수다. 오는 2015년부터 1조원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지만 정부 예산이 전반적으로 축소되고 있어 현재로선 불확실성이 크다.
정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대통령 공약 중 하나인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키로 한 기초연금의 규모와 대상을 축소키로 했다. 또 사회복지 공약인 4대 중증질환 치료, 무상교육, 대학 반값 등록금 등도 전면적인 수정 및 축소가 예견되는 상황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임대주택 확대 공급이 재원 부족과 인근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일정부분 임대료를 지원하는 정책은 필요하다”며 “다만 세수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정부가 주택 바우처 예산을 지속적으로 편성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원을 받는 저소득층의 도덕적 해이도 풀어야할 숙제다. 저소득층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기보다는 지원금에 안주할 수 있다. 또한 임대인과 짜고 임대료를 높인 후 바우처 지급을 요청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저소득층이 빈곤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하는데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악용될 경우 노동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수급자들에게 취업 알선 및 지원 등의 사회복지 시스템과 연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급 대상자가 많고 처음으로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중복 지급 및 미수급자의 발생을 막을 수 있는 세밀하고 철저한 관리시스템의 도입도 요구된다. 임대주택 공급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저소득층의 주거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진미윤 LH토지주택연구원은 “새롭게 출발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전문 인력의 배치와 관리시스템 구축, 사후 관리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주택 바우처 만으로 주거복지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임대주택 확대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10월부터 4인 기준 월소득 165만원 이하 97만가구에 주택 바우처로 평균 11만원의 주거급여를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임대료 오름폭이 가팔라 월 평균 10만원가량의 현금 지원이 큰 힘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바우처 수급자는 대부분 공공·국민 임대주택 거주자 및 농어촌지역 거주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임대주택의 임대료가 주변 시세를 고려해 책정되기 때문에 전반적인 임대료 변동 추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평균 임대보증금은 전년(9047만원)보다 1136만원 뛴 1억183만이다. 매월 임대보증금이 100만원씩 오른 셈이다. 지난 2009년 조사 당시 평균 임대보증금 6534만원과 비교하면 3년 새 55% 상승한 것이다. 저소득층이 감당하기엔 너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