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Newspim] "우리 목표는 모두가 잘 살기 위한 것이다. 이게 삼성철학이다. 인류 생활에 도움이 가는 것이어야 영원하다."(1993년 6월 25일 스위스 로잔)
"필란스로피(Philanthropy ; 사회적책임 개념)를 하면 자동적으로 이익은 나게 되어 있다. 그런 이익이 진짜 이익이다."(1993년 6월 30일 영국 런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신경영' 선언 직후, 이같은 말로 그가 그리고 있는 글로벌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강조했다.
이는 '양'보다 '질' 중심으로 전환하는 신경영의 핵심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와의 동행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삼성전자의 '세계 초일류화'를 달성하려면 수준높은 품질의 제품·서비스는 기본이고 사회로부터 호감을 살 수 있는 기업으로의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부분. 20년 간의 글로벌 장기 프로젝트 방향이 확정된 순간이다.
◆인재 관리..젊은 인재=사고의 미래성
이 회장의 이같은 강조점은 삼성전자의 기존 글로벌화 추진에 일대 변화를 몰고 왔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인사와 재무, 생산, 마케팅 등 경영의 핵심 전략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공생'의 키워드가 본격적으로 접목된 것도 이 때부터다.
사실 이 회장은 1987년 삼성의 총수로 취임한 이후 늘상 위기의식에 시달렸다고 한다. 후계자 수업을 받는 과정에서 1차 오일쇼크(1973년)와 2차 오일쇼크(1979년)를 경험하면서 살아남는 기업, 영원한 기업으로의 변화를 심각하게 고민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경영 선언 당시 현실은 이 회장에게 녹록지 않았다. 초일류를 향한 목표는 분명했지만 품질경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내놓는 제품마다 미국과 일본 경쟁사의 후발주자, 혹은 모방꾼이라는 눈총에서도 벗어나지 못했다.
이 회장은 이같은 상황에서 21세기 정보의 혁명과 공유로 1, 2등만 찾는 시대가 올 것으로 판단, 혁신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그 핵심으로 경영 전반에 삼성만의 DNA를 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중심에는 '인재'의 관리가 있다.
과거 삼성인력개발원장 등을 지낸 손욱 교수(서울대학교 융합기술원 기술경영솔루션센터장)는 그의 저서 '삼성, 집요한 혁신의 역사'에서 "신경영은 훌륭한 인재들에게 혁신의 방법론을 가르쳐줬다"며 "이 회장은 초인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삼성의 살 길이라고 이야기 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의 인재관은 부친인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의 인재론을 한단계 발전시킨 형태다. 이병철 선대회장은 평소 '일년의 계(計)는 곡물을 심는데 있고, 십년의 계는 나무를 심는데 있으며, 백년의 계는 사람을 심는데 있다'는 동양격언을 자주 인용하며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 가르침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젊은 인재'를 현재까지 가장 강조하고 있다. 이는 생물학적 인재를 의미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젊은 사고, 즉 창의적인 인재를 뜻하는 것이다.
삼성의 한 관계사 고위 임원은 "임직원들에게서 열린사고를 강조하고 이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 회장은 가장 답답해 한다"면서 "글로벌 삼성의 큰 그림을 이해하고 삼성인만의 철학을 갖추도록 미래를 향한 젊고 빠른 사고의 전환을 자주 강조하곤 한다"고 전했다.
◆지속적인 투자..인(人)테크 '글로벌화 첨병'
삼성전자는 이런 이 회장의 뜻을 반영해 임직원의 인식 변화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신경영 선언 당시 강조한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발언은 사람의 변화 없이는 혁신을 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출처=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1990년 지역 전문가 제도를 시작으로 2004년 현장전문가 제도를 실시하면서 인재 관리의 격을 높여가고 있다.
지역전문가는 입사 3∼4년차 직원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 1년 동안 파견해 글로벌 시장을 자유롭게 학습할 수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그 효과는 상당한 보상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웨이' 저자인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은 1991년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5000명이 넘는 지역전문가를 양성했다"며 "이들은 삼성 글로벌화의 첨병으로서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지역전문가 출신 인력의 약 60%가 해외주재원 또는 해외 관련업무를 하면서 현지 언어를 사용하고 지역전문가 시절 맺어놓은 현지의 유력인사들과 인적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이것이 삼성이 만든 제품을 전세계에 신속하게 유통시키는 인프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지역전문가가 결국 현장전문가로 일하면서 상당한 시너지를 내고 있는 셈이다.
신경영 선언 이후 진행된 외국인 전문인력 채용 확대도 글로벌 프로젝트 중 하나의 카테고리다. 삼성은 1997년부터 미래전략그룹(현 글로벌전략실, Global Strategy Group)을 설립하고 해외 일류 경영대학원이나 박사과정을 갓 졸업한 외국인을 선발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외국인을 핵심인재로 뽑았지만 이 회장이 외국인만으로 선발된 독립 조직을 만든 것이다.
글로벌전략실에서 2년간 근무한 직원들은 대부분 한국의 기능별 부서로 3년 근무 후 모국 또는 타 법인으로 자리를 옳겼다. 삼성의 글로벌화가 빠른 속도로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지난해 임직원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창의개발연구소'제도를 도입하고 올해는 통섭형 인재를 길러내는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 운영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IT기술의 메카인 미국 실리콘 밸리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키로 하는 등 인재 양성을 위한 움직임이 다각도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일련의 프로그램은 당연히 세계 속의 거대한 삼성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글로벌 삼성, 실시간 관리로 효율 극대화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은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컨트롤타워다. 현재 삼성그룹이 71개 국가에 436개의 거점(2013년 상반기 기준)을 보유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조직이 됐지만 서초사옥 헤드쿼터를 통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중 삼성전자만 해도 106개의 거점에서 23만5000여명의 인력이 움직이고 있지만 효율적인 자원분배 및 현지화 전략은 잡음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북미·구주·동남아·유럽·아프리카 등 모두 15개의 지역별 총괄체제를 운영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공급망 관리(SCM)와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으로 실시간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SCM은 신제품개발 프로세스·부품구매 프로세스·제품제조 프로세스·물류 프로세스·마케팅영업서비스 프로세스를 통합한 시스템으로 삼성전자는 판매·생산·신제품개발 정보를 SCM을 활용해 매주 사업계획을 조율한다.
SCM이 의사결정을 지원한다면 ERP는 결정된 사업 계획의 실행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ERP시스템은 구매·생산·판매 등의 물류 기능과 회계·자금·관리·투자 등 재무기능을 하나의 전산시스템으로 통합한 것이다.
송 교수는 '삼성웨이'에서 "삼성전자는 1994년 이후 2001년까지 연인원 3500여명의 IT전문가를 동원하고 7000억원 가량을 투자해 ERP시스템과 SCM 시스템을 비롯한 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며 "그후에도 매년 4000억원의 유지비용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 모든 법인의 생산·매출·재고·채권·물류 등 핵심 경영현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한 것"이라며 "본사에서는 해외 현지의 임직원들에게 이런 정보를 24시간 이내에 알려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별 취재팀=이강혁·김양섭·고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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