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경제가 교과서 원리와 동떨어졌다는 것은 석학들 사이에 공공연한 사실로 통한다.
(출처:신화/뉴시스) |
특히 영국 경제에 대해 수수께끼라는 평가가 집중돼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5년간 영국 경제가 전통적인 원리에 입각한 전망과 어긋난 방향으로 움직였고, 최근 들어 이 같은 추이가 보다 뚜렷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경제 석학들은 영란은행(BOE)의 비전통적인 유동성 공급이 경기 회복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했다. BOE가 사들이 국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하지만 정작 생산 규모는 여전히 2007년 말에 비해 3% 낮은 실정이다.
위기 발생 이후 파운드화가 장기적으로 하락, 20%에 이르는 평가절하가 이뤄지자 시장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수출 경기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기대했던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경제학 원리에 따르면 실물경기가 뒷걸음질 칠 때 실업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노동 인구당 생산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반면 영국의 실업률은 8% 내외까지 오르는 데 그쳤고, 생산성은 위기 이전 수준에 비해 4.4% 낮은 상황이다.
실물경기가 부진할 때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정석이다. 하지만 2007년 이후 영국의 평균 인플레이션은 BOE의 목표 수준인 2%보다 약 1%포인트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유럽 주요국에 비해서도 크게 높은 실정이다.
영국 경제의 미스터리는 또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3분기 영국 경제가 전분기에 비해 0.8% 성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최근 경제지표를 근간으로 할 때 성장률은 연율 기준으로 5%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연초 이만큼 강한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만한 경기 선행 지표가 단 한 건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국제통화기금(IMF)은 영국 경제에 대해 우울한 전망을 제시했다. 반면 이달 IMF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50% 높여 잡았다.
베렌버그 은행의 롭 우드 이코노미스트는 “갑작스러운 성장 회복이 어디에서 초래된 것인지 분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지속성 여부도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치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미국과 여전히 부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로존의 경우 금리인상 여지가 지극히 낮은 데 반해 선진국 가운데 영국이 먼저 긴축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