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투자자들 사이에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중 하나가 유로화다.
하락에 베팅하는 트레이더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강세보다 약세 전망이 늘 우세하지만 꿋꿋하게 상승 흐름을 타고 있기 때문. 뿐만 아니라 유로존 회원국들이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지만 유로화 상승은 꺾이지 않는 상황이다.
(출처:AP/뉴시스) |
유로화 강세로 인한 직접적인 실적 타격이 두드러지면서 기업들 사이에 헤지가 급증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유로화 상승에 헤지하기 위한 옵션 거래가 올들어 일평균 2만5105계약으로 4% 증가했다.
유로화 강세에 대한 헤지 물량의 금액은 지난 9월 일평균 40억4000만달러로 지난 3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연초 1.27달러에 거래됐던 유로/달러는 최근 1.3822달러까지 치솟으며 2년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업계에 따르면 유로화는 연초 이후 달러화를 포함한 주요 9개 통화 바스켓에 대해 6.7% 상승을 기록했다. 2분기 유로존 경제가 침체를 탈출하면서 상승 탄력이 강화됐다.
특히 엔화에 대해 유로화는 17% 치솟았고, 달러화에 대해서도 5% 가까이 오른 상태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가 유로화 강세를 이유로 시장 전문가의 예상치에 못 미치는 연간 이익 전망을 내놓았고, 명품 업체 LVMH가 같은 이유로 3분기 매출액이 6% 줄었다고 밝히는 등 기업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JP 모간의 로스 닐랜드 외환 영업 헤드는 “유로화가 환율이 전례 없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유로존의 주요 기업들이 헤지에 적극 나서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유로존 정책자와 기업 경영자들 사이에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외환 트레이더인 도이체방크의 헨릭 걸버그 전략가는 “유로화가 추가 상승을 보일 여지가 높다”며 “ECB의 정책 목표가 환율 안정이 아닌 물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지난 9월까지 8개월 연속 정책 목표치인 2.0%를 밑돌았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8월 1.3% 상승한 뒤 9월 1.1%로 주춤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올해 1.5%에서 내년 1.3%로 떨어질 전망이다.
HSBC의 데이비드 블룸 글로벌 외환 전략 헤드는 “유럽은 지속적인 유로화 강세를 원치 않는다”며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에 머물고 있는 만큼 수출 경기 회복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