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 기자]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영국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 "한국과 영국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나누는 든든한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영국 의회인 런던의 웨스트민스터궁을 방문해 영국 의원들과 대화를 가진 자리에서 영어로 한 모두발언을 통해 "이제 양국이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 큰 미래를 향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과 영국은 1883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래 꾸준히 관계를 발전시켜 왔으며, 특히, 한국전쟁 이후 60년간 눈부신 관계 발전을 이루었다"며 "양국 간 교역액은 110억불을 넘어섰고 상호투자 규모도 220억불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영국은 제임스 와트와 뉴턴에서부터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피터 힉스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과학자들이 창조적 역량을 발휘하며 과학기술의 발전을 선도해왔다"며 "양국의 과학기술과 산업능력이 합쳐지고 이에 양국의 고유한 문화가 더해진다면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내는데 우리 두 나라는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세계 인류가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두 나라가 함께 기여할 부분도 많다"며 "올해부터 시작되는 개발협력 정책 대화를 통해 양국 간 구체적 협력 방안들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피력했다.
더불어 "인권 증진과 보호를 위해서도 양국이 보다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영국이 주도하고 있는 분쟁하 성폭력 방지 이니셔티브(PSVI)의 진전을 위해서도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바로 이 자리에서 시작된 의회민주주의가 자유와 권리 증진으로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해왔듯이,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가 지구촌 행복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영국 속담에 '잔잔한 바다는 능숙한 선원을 만들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그동안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거친 바다를 항해하면서 국가적 역량을 키워왔다"면서 "경제적 성취와 더불어 이제는 아시아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잘 구현된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고도 했다.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북한 핵문제는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시급한 과제이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도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일관되게 추진해서 상식과 국제적 규범이 통하는 남북관계를 정립하고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평화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참석 의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으며 한 의원은 '엄마와 딸', '빌딩 브리지(Building Bridge)'라는 제목의 책 두권을 박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영국 의회를 방문해 수십 명의 의원들과 대화를 나눈 것은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웨스트민스터궁의 '로열 로빙 룸(Royal Robing Room)'에서 진행된 이날 대화에는 바로네스 드수자 상원의장과 존 버커우 하원의장, 존 스탠리 영·한의원친선협의회장, 리처드 오터웨이 하원 외교위원장 등 상·하원 의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곳은 여왕이 의회 개회 연설을 준비하기 위해 왕관과 예복을 착용할 때 사용하는 방으로 알려져 있다.
◆ 박 대통령, 노동당·자민당 당수도 잇달아 접견
이어 박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야당인 노동당의 에드 밀리반드(Miliband) 당수 및 집권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 당수 닉 클레그(Clegg) 부총리도 잇달아 만났다.
박 대통령은 밀리반드 당수를 접견한 자리에서 노동당 토니 블레어·고든 브라운 전 총리 등 역대 총리가 복지정책 확대, 기후변화 논의를 주도하는 등 영국의 발전에 기여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또한 한국과 영국이 통상·투자·과학기술 등의 분야에 대한 협력과 함께 노동당이 강점을 지닌 인권·개발·환경·사이버스페이스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협력을 확대해나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클레그 부총리와 가진 면담에서는 의회 개혁과 세금 인하, 국가보건서비스 개혁 등 자민당의 개혁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아울러 보수당과 자민당이 유럽연합(EU) 정책을 둘러싼 이견에도 불구하고 연정을 구성해 유럽 경제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는 등 성숙한 정치문화를 이뤄나가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기후변화와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관련한 양국 협력을 기대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