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저금리의 패러다임으로 바뀌면서 자산관리에서도 글로벌화가 중요해졌습니다. 뉴스핌은 이런 추세에 맞춰 글로벌 자산관리(GAM: Global Asset Management)에 필요한 전략과 정보를 제공합니다. 단편적 정보의 한계를 벗어나 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국내 유수 금융기관들의 단기(1~3개월), 중기(3개월~1년), 장기(1년이상) 글로벌 포트폴리오 전략을 종합해 매월 [뉴스핌GAM]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註]
[뉴스핌=우수연 기자] 미국 경제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의 완만한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하이일드채권에 대한 수요가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
하이일드 채권이란 통상적으로 신용평가사 S&P가 부여하는 BBB등급 이하, 무디스의 Baa이하에 해당하는 신용도가 낮은 채권을 말한다. 경기 확장기에 가격이 떨어지는 채권과 반대로 하이일드 채권은 경기가 회복되면 오히려 투자 수익률이 높아진다.
7일 뉴스핌이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사 등 27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11월 글로벌 포트폴리오 전략′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투자전문가들은 채권 자산군에서 하이일드 채권의 투자 전망을 밝게 보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한 26명 중 23%(6명)가 하이일드 채권의 포트폴리오 비중 '확대'를 선택했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향후 금리 상승에 대비해 채권투자 비중을 줄일 것을 권고했으며 전반적인 채권에 대한 '확대' 응답 비율은 장기 이머징 채권 투자를 제외하면 0~15%에 그쳤다.
하지만 하이일드 채권의 투자비중 '확대'는 투자 기간에 관계없이 일정한 2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단기 투자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국내 채권의 경우 축소 또는 유지해야한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73%(19명)의 투자자들이 중기적 관점에서 국고채 투자를 축소해야한다고 답했다. 장기적으로도 축소가 61%(16명), 유지 19%(5명) 및 확대가 15%(4명)를 나타냈다.
지난 10월 결과와 비교하면, 단기적 관점에서 국내 채권에 대한 축소 응답 비중이 24%에서 50%로 두배 이상 늘었다. 지난달에 확대를 추천한 사람은 12%(3명) 수준이었으나 11월에는 한명도 없었다.
선진국 국채에 대한 전망도 흐렸다. 모든 투자기간에 걸쳐 적극 축소 또는 축소에 답변한 응답자의 비율이 과반을 넘었다. 장기적으로 선진국 국채 투자에 적극축소를 답한 사람은 15%(4명), 축소는 50%(13명)로 조사됐다.
이머징 채권은 단기 전망은 어둡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 매력도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 설문에서도 신흥국 국채에 대한 장기투자 전망은 밝았다. 1년 이상의 장기적 투자를 고려할 때 신흥국 채권 비중의 확대 및 적극확대를 답한 사람은 지난달과 같은 23%(5명+1명)를 차지했다.
◆ 해외채권 추천 상품 '1위'…선진국 하이일드채권
개별 상품별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채권 상품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하이일드 채권이었다.
전체의 28%(12명)의 응답자가 미국과 유럽의 하이일드 채권을 추천했으며 다음으로는 브라질 국채 19%(8명), 시니어론 9%(4명) 순이었다.
선진국 하이일드 채권을 추천한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으로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부도 위험이 낮아져 크레딧 채권의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높은 이자수익이 채권 가격 하락에도 일정 부분 완충 작용을 할 것으로 설명했다.
한 응답자는 "미국의 기업경기 호조로 인한 금리 인상시 가장 방어가 가능한 투자채권 섹터가 하이일드 채권"이라며 "채권 이자를 감안해 6% 수준의 높은 투자수익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듦에 따라 미달러화와 유로화 자산의 가격 상승 가능성도 내다봤다.
대우증권 홍성국 부사장은 "미국 출구전략 시행에 따른 달러강세 기조에서 달러표시 자산의 상대적인 강세를 전망한다"며 "미국은 경기순환적 상승기에서 크레딧채권의 상대적 매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밖에는 채권금리 상승에 대비할 수 있는 상품들이 언급됐다.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시니어론이나 미국 장기채의 금리 상승에 베팅하는 ETF 상품 등을 추천했다.
시니어론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게 자금을 빌려주고 원리금을 상환받는 대출채권을 말한다. 기업에게 자금을 빌려줄 때 변동금리로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대출채권의 이자율도 높아지는 구조다.
국가별로는 해외채권투자 추천 순위가 1위에서 4위까지 지난 10월 응답과 같게 나타났다. 1위 브라질> 2위 유럽(선진국)> 3위 멕시코> 4위 미국 순이었다. 지난달 5위에 올랐던 중국이 밀려나고 러시아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韓, 채권→주식 자금 대이동…응답자 61% '온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국시장에서 내년 상반기 이후 '그레이트 로테이션'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26개의 조사 대상기관 중 응답자의 61.5%(16명)가 한국 시장에서 채권→주식으로 자금 대이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상반기 이후 로테이션이 시작된다는 대답이 34.6%로 가장 많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금의 순환은 한국에서보다 미국 시장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그 시작 시기도 미국 시장이 더욱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문가들이 미국의 경기 회복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반면 한국 경기를 판단하는 시각은 양방향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완전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전제가 깔려있어야 자금 이동에 대한 언급이 가능해 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증권 하용현 투자컨설팀 센터장은 "한국도 글로벌 금융 시장의 일원이기에 그레이트 로테이션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나, 그 강도는 미약할 것으로 보고있다"며 "한국이 구조적으로 고령화되며 저성장국면으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며 수출에 힘입은 우리나라 성장도 완만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신한은행의 유동욱 IPS 본부장은 "내년 상반기 글로벌 경제 호조에 따라 수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이미 낮아진 성장률에 대한 기저효과로 국내 성장률이 좋은 성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한다"고 판단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증시가 현재 저평가돼있으며 최근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로 몰리는 현상도 이같은 저평가 인식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코스피가 전고점을 돌파할 경우 자금은 위험자산으로 급속히 이동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이투자증권의 조익재 센터장은 "내년 상반기부터 코스피가 전고점을 강하게 돌파하면서 국내 수급 악화가 멈출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 자금 대이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의견에는 77%(20명)의 응답자들이 동의했다. 전환의 시작 시기로는 '이미 시작됐다'라는 응답이 46%(12명)로 과반을 넘었다. 다만,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올해 내에 시작될 것이라는 응답자는 아무도 없었다.
하나은행 이형일 PB사업부 본부장은 "5월말 이후 신흥국 자금 유출 현상에서부터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시작됐다고 판단한다"며 "최근 테이퍼링 지연 이슈에 따른 위험자산선호 현상 또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급이 집중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의 점진적인 상승이 위험자산 선호를 반영하며 로테이션을 반증하는 지표가 될 수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1년 전까지만해도 1.7% 수준에 머물던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현재 2.60%대까지 올라왔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