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경고가 확산되는 한편 유럽판 양적완화(QE)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회의 결과에 금융시장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이미 기준금리를 0.5%까지 떨어뜨린 상황에 달리 생각할 수 있는 묘책이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독일 분데스방크를 포함한 유로존 일부 주요국이 미국식 QE를 통한 경기 부양책에 완강하게 반기를 들고 있어 실제 시행 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출처:AP/뉴시스) |
특정 품목이나 자산의 국지적인 가격 하락을 의미하는 디스인플레이션과 달리 디플레이션은 전반적인 가격 수준이 떨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지난 10월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0.7%로 4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부쩍 높아졌다.
가뜩이나 부채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경기가 급격한 하강 기류를 탈 경우 위기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일단 디플레이션이 실제로 닥칠 경우 인플레이션보다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 경제 석학들의 의견이다.
유로존의 상황은 경제 교과서적인 현상보다 더욱 복잡하게 꼬여 있다.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높아지는 상황에 유로화가 탄탄한 상승 추이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부진에도 불구, 유로화가 달러화 및 엔화에 대해 2년래 최고치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통화 평가절하에 따른 수출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스페인을 포함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 1.35달러 내외의 환율이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라고 시장 전문가는 판단하고 있다.
투자가들은 ECB의 정책적 한계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유로존이 미국과 일본, 영국의 중앙은행이 동원한 형태의 자산 매입을 시행해야 할 상황이지만 ECB의 규정 상 QE를 시행할 수 없고, 이 때문에 적극적인 부양에 나설 수 없다는 얘기다.
런던의 유럽개혁센터의 사이먼 티포드 이사는 “유로존이 이미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며 “ECB가 공격적인 부양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늦출수록 유로화 상승 탄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는 경고했다.
마켓워치의 칼럼니스트인 마이클 케이시 역시 “유로존 경기를 살리려면 유럽 정책자들이 통화정책과 관련해 급진적인 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며 “하지만 이들은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고, 그사이 유로존 경제는 일본과 같은 덫에 걸려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