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7일(현지시간) ‘깜짝’ 금리인하를 단행,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리스크 및 경기 하강 기류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실상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서는 경계감보다 느긋함이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금융업계 이코노미스트 사이에 유로존 경제가 일본식 디플레이션 및 장기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는 주장이 꼬리를 물고 있지만 ECB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 표정이다.
(출처:AP/뉴시스) |
드라기 총재는 이날 회의 후 상당 기간 인플레이션이 저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을 뿐 디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그리스를 포함한 일부 부채위기 국가에서 극심한 임금 인하로 인해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유로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은 목표 수준인 2%에 근접하는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뿐만 아니라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10월 물가 지표의 급락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판단했다. 지난달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0.7%를 기록해 4년래 최저 수준으로 밀리면서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촉발시켰다.
드라기 총재는 향후 경기에 대해 시장의 우려보다 낙관적인 속내를 내비쳤지만 팽창적 통화정책을 확대할 여지를 남겨 뒀다.
금리 수준이 아직 바닥권에 이르지 못했다고 언급한 것. 그는 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카드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드라기 총재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장기저리대출(LTRO)와 같은 형태의 장기 유동성 공급을 배제하지 않았다.
유로화 강세와 관련해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일부 회원국 정책자들이 연이어 볼멘소리를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드라기 총재는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드라기 총재의 느긋한 표정에도 시장의 우려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유로존 정책자들이 1990년대 일본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과거 일본 정부가 은행권 자본 확충 및 자산건전성 회복과 경제 구조개혁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실패했고, 현재 유로존이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