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동호 기자] '신사의 나라'로 잘 알려진 영국에서 언론 탄압이 쟁점이 되고 있다. 최근 미국 국가정보국(NSA)의 전방위적 사찰 사실을 폭로한 영국 신문 가디언(The Guardian) 지가 실제 그 대상이 되고 있는 듯 하다.
영국 정부와 의회는 최근 가디언 지의 보도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가디언지가 우방국인 미국 뿐만 아니라 영국 정부의 첩보활동에 대해서도 폭로했기 때문.
좌파성향의 진보적 일간지로 평가받고 있는 가디언 지는 현재 러시아로 망명한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폭로한 NSA 내부 문건을 토대로, 영국의 정보기관 역시 광범위한 도·감청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영국 의회 하원의 내무위원회는 가디언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가디언 편집장인 앨런 러스브리저를 하원 내무위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줄리언 스미스와 스티븐 필립스 등 보수당 하원의원 28명은 러스브리저 편집장에게 서한을 보내 가디언이 영국 정부의 보안 규정을 제대로 따랐는지 대해 확인해 줄 것으로 요청했다.
BBC 등 영국 현지 언론은 의회가 러스브리저 편집장에게 하원 내무위 출석을 요구했으며, 이에 따라 러스브리저가 다음 달 내무위에 출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의회 뿐 아니라 영국 정부 역시 가디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들은 가디언이 영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에 빠뜨렸다고 비난하고 있다. 앞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역시 가디언에 대해 법적 조치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비난에 대해 러스브리저 편집장은 가디언의 보도는 영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 것이 아니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가디언의 보도가 정보기관의 활동 범위에 대한 논쟁에 불을 지폈을 뿐이며 이는 국가안보를 위협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가디언 측도 스노든의 폭로 자료를 (언론사로서) 책임 있는 방식으로 다뤘다고 강조하며 스노든의 폭로로 인한 분노가 엉뚱하게도 정보기관이 아닌 언론으로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스노든의 자료가 인터넷이 아닌 기자들에게 전달됐기 때문에 정보기관들은 진정한 재앙을 피해갈 수 있었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한편, 가디언에서 NSA 등과 관련한 폭로를 주도해 온 글렌 그린왈드 기자는 가디언을 떠날 예정이다.
지난달 그린월드는 성명을 통해 "가디언에서의 경험은 매우 생산적이고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하며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가디언을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피에르 오미디야의 자본을 받아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를 설립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1921년 발행된 가디언지 광고, 출처: 가디언] |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