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소영 기자]
18기 3중전회 현장 [베이징=신화사/뉴시스] |
그러나 중국 전문가들은 다소 원칙적이고 추상적인 발표문에서 '행간'을 읽어낼 것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18기 3중전회가 '중국식 사회주의'와 '경제개혁'의 두 가지 길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식 사회주의 사회 건설 완성에 대한 정치적 이념은 굳건히 유지하면서, 경제는 시장화를 통한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 12일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新華社)에 공보(公報) 형식으로 게재된 18기 3중전회의 공동성명은 '개혁 심화의 궁극적 목표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제도 완성임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시장경제 기능 활성화를 위한 경제개혁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공보'는 또한 시장의 기능 회복을 통해 자원분배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지도부와 전문가는 시장 기능의 회복을 '두 개의 손'에 비유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최근 사설에서 시장화 개혁의 핵심은 '정부와 시장'이라는 '두 개의 손'을 정리정돈 하는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즉, 지나치게 커진 정부의 간섭을 줄이고 시장의 자체기능을 활성화하겠다는 것. 이를 위한 핵심 과제가 바로 국유기업 개혁이다.
유호림 강남대학교 교수는 "이제까지의 개혁개방은 국유기업의 덩치를 너무 키우는 부작용을 낳았다"라며 "현재 중국 경제 전체에서 국유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70%에 달하기 때문에 시장의 기능발휘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전체 주식회사형 기업의 56%가 중앙정부의 국유기업이다. 상장회사에서 중앙 국유기업의 편중은 더욱 심하다. 전체 상장회사의 총자산과 매출에서 중앙 국유기업 자산과 매출은 각각 60%를 차지한다. 또한 전체 증시에서 이들 중앙 국유기업에 돌아가는 이윤은 70%에 육박한다.중앙 국유기업의 자회사까지 합하면 중국 경제에서 국유기업 편중 현상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유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서 시장기능 활성화를 위한 급선무는 국유기업 개혁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재경국가주간(財經國家週刊) 외 다수 언론은 국유기업 개혁이 '혼합소유제' 방향으로 추진 될 것으로 진단했다.
혼합소유제는 이미 지난 15기 3중전회부터 줄곧 '중요 보고서'에 언급된 개념으로 국유자산 및 중앙 국유기업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혼합소유제는 사실상 국가가 장악하고 있는 국유기업에 대한 민간자본의 지분 확대를 의미한다.
국유기업의 지분에 비(非)국유지분을 편입 혹은 확대하고, 국유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분야를 민간에 개방하는 것 등의 조치가 혼합소유제를 실현하는 방식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문제는 혼합소유제를 실현하기 위해 재산권제도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유기업의 성패가 재산권 개혁에 달려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저우팡셩(周放生) 중국기업개혁과발전연구회 부회장은 "재산권 개혁을 위한 시기가 무르익었다."라면서 "중국기업연합회는 이미 '국유기업 심화를 위한 건의'에서 지분 구조가 다원화된 기업의 성과가 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국유기업에 비해 월등히 우수하다는 사실을 밝혔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상당수 중국 국유기업들이 회사제도 개혁을 단행했지만, 여전히 국가자본의 비중이 높다. 일부 기업이 주식형 회사로 전환해 상장했지만 외형적으로만 개혁이 실현됐지 실체는 여전히 국가자본 독점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중국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국유기업 개혁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라고 역설했다.
현재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이하 국자위)가 관리하고 있는 중앙 국유기업은 113개. 차이나유니콤(聯通)·중국상용기유한공사(COMAC)·중국남방전력망(中國南方電網) 등 8개 기업이 지분투자 다원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저우팡셩 부회장은 "이들 8개 기업도 국유주체가 내부적으로 지분을 교차 보유하고 있어 진정한 의미의 혼합소유제 기업으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저우팡셩 부회장은 국유기업의 모회사를 혼합소유제 확립의 장애물로 지목했다. 모회사 지분구조 개선은 국자위 직능 변환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당초 국유자산 가치 유지를 위해 설립된 국자위는 국유기업의 출자인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는 "그러나 정부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국유기업 개혁은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국유기업 개혁의 중심이 시장화 개혁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혼합소유제 기업의 직원에게 자사주 보유 허가 △스톡옵션제 확대 △ 국유기업 독점 시장 민간에 개방 등의 정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지난 11일 중국일보는 국자위 부주임의 발언을 인용, 3중전회 폐막 후 개인의 국유기업 지분 투자 범위를 최대 15%로 확대하는 정책이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틀후인 13일 중국 관영언론이 이 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시장은 국유기업 개혁을 둘러싸고 관계자 간 내분이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