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국무총리실(현 국무조정실)을 필두로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6개 부처 5560명이 1단계로 세종청사로 이전하면서 시작된 세종청사 시대가 벌써 1년을 맞았다. 올해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6개 부처 4800여 명이 12월 이전을 앞두고 있어 공무원만 1만명이 넘게 된다. 그러나 세종시는 현재 부족한 인프라로 신음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곳곳이 공사중이고 상가지역이 적은 탓에 임대료가 높아 식당 등 편의시설도 부족하다. 뉴스핌이 세종청사 1년을 점검한다.[편집자註]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지난 9월 안전행정부가 세종청사 입주 공무원을 대상으로 통근버스 수요 조사를 한 결과 1단계 입주 공무원 중 통근버스 이용을 원한 응답자는 23%에 그쳤던 반면, 2단계 입주 대상 공무원 4800여 명 중에는 절반이 넘는 2500여 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아직 세종청사 주변에 기반시설이 부족한 데다 이전 공무원들이 거주할 아파트도 적어 세종시로 내려오기보다는 당분간 통근버스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많은 탓이다.
다음달이면 세종청사가 만들어진지 1주년을 맞이하지만 청사주변은 여전히 공사중인 상가와 아파트, 도로 등으로 어수선하다.
대형마트나 극장은 내년 말 개점을 목표로 착공했거나 착공을 준비중이고 백화점의 경우는 세종시가 활성화되는 이후로 개점을 미뤄 언제 문을 열지 알 수 없다.
응급의료시설을 갖춘 500병상 이상 규모의 충남대병원은 내년 3월까지 예비타당성조사를 마치기로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마쳐 2016년은 돼야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내달이면 2단계 정부부처 이전이 시작돼 총 1만명이 넘는 공무원들이 근무하게 되지만 여전히 곳곳에 공사장이라 황량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또 2단계 이전까지 완료될 경우 도로정체도 심각할 전망이다.
1단계로 이전한 기재부의 한 공무원은 "현재 세종시를 관통하는 주요 도로는 왕복 4차선인데 2단계 이전이 끝나 약 1만명의 공무원들이 근무할 경우 민원인들의 방문까지 겹치면 교통정체가 심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청사 인근에 음식점, 편의시설 등이 하나 둘 들어서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서울 상가에 맞먹는 비싼 임대료는 편의시설 입점을 막고 있다. 상가 임대료가 비싼 이유는 기본적으로 용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종시의 상업용지 비율은 2% 정도로 수도권 신도시의 4~8%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입주해 1년 정도 거주해온 공무원들의 소원이 '걸어서 점심 먹으러 가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했다.
주차문제도 심각하다.
애초 친환경도시로 설계된 세종시 취지에 맞게 정부는 당초 자전거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활성화해 공무원들이 차 없이 출퇴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짰다. 1단계로 주차공간은 1400대분 정도밖에 확보하지 않았고 지하주차장도 한 개 층밖에 안 팠다.
문제는 아직 자전거도로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승용차가 없으면 이동이 어렵다는 데 있다. 탁상행정으로 인해 정작 거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결국 안행부는 뒤늦게 옥외주차장 7곳을 지어 세종청사 주차 가능대수를 총 3000대 가량으로 늘렸지만 주차난 해소에는 역부족이다. 내년에 세종시 근무 공무원이 1만명을 넘어서면 주차난도 지금보다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세종시의 부족한 인프라는 사실 이명박정부에서부터 예고됐다.
MB정부에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고위공무원으로 세종시 설계에 깊숙히 관여한 모 공기업 사장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세종시 전체 설계를 바꾸려고 했는데 당시 국회에서 세종시가 원안통과가 되느냐 마느냐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면서 결국 바꾸지 못해 인프라 부족 등이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