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의 디폴트 위험이 유로존 경제의 새로운 잠재 리스크로 부상했다.
스페인을 포함한 이른바 주변국의 부채위기와 금융권 부실 문제보다 미국이 유로존의 경제를 흔들 수 있는 요인이라는 주장이다.
(출처:AP/뉴시스) |
2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은 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미국 디폴트 위험을 커다란 리스크로 지목했다.
특히 내년 초 예산안과 부채한도를 둘러싼 워싱턴의 진흙탕 싸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미국의 디폴트 위험이 높아질수록 유로존은 물론이고 글로벌 금융시스템 전반에 강력한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BOE는 우려했다.
무엇보다 단기 자금시장인 레포마켓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1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 연방정부 채권이 담보물로 거래되는 레포마켓이 미국 디폴트로부터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레포마켓이 다른 금융시장에 중차대한 자금줄로 동원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시스템 전반에 걸쳐 충격파가 삽시간에 도미노처럼 번질 수 있다고 BOE는 주장했다.
미국의 머니마켓펀드 역시 요주의 대상으로 꼽힌다. 머니마켓펀드에 편입된 미국 국채가 4500억달러에 이르고,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포 거래가 2000억달러에 이르는 만큼 디폴트가 발생할 때 패닉이 불가피하다는 경고다.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에 달려들면서 2008년 리먼 사태를 방불케하는 금융시스템 위기가 재연될 수 있고, 미국의 머니마켓펀드 뿐 아니라 유럽의 은행권에서도 대규모 자금 인출 사태가 불가피하다고 ECB와 BOE는 주장했다.
BOE는 머니마켓펀드를 통한 영국 은행권의 자금 조달 규모가 1100억달러로, 전체 달러화 자금 조달 가운데 15%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의 디폴트가 실제로 벌어질 때 미국 국채가 담보물의 기능을 상실하면서 주요 금융거래결제시스템이 마비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국채의 공백을 채울만한 다른 담보물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이미 주요국 금융 정책자들이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BOE는 주장했다.
지난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ECB, BOE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단기 스왑 계약을 영속적인 것으로 전환했고, 이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이번 보고서는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