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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권지언 기자] 올해 슈퍼사이클 종료 논란에 불을 지피며 약세 흐름을 이어온 상품시장은 내년에도 기지개를 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흥국의 폭발적인 수요 등에 힘입어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온 상품시장이지만 그간 랠리가 지나쳤다는 피로감과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해지고, 풍부한 공급 여건까지 조성되면서 가격을 짓눌렀다. 특히 12월에도 약세장이 거듭된다면 상품시장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손실을 기록할 예정이다.
유가 시장의 경우 셰일가스 혁명으로 미국의 원유 생산은 1989년 이후 최대치로 늘었고, 곡물시장에서는 충분히 내린 비가 글로벌 작황 개선의 밑거름이 되면서 가격 부담이 되는가 하면, 금속 시장에서도 생산이 늘며 가격을 압박했다.
동시에 대두부터 아연, 면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시장 최대 소비국인 중국은 올해까지 3년 연속 성장률 둔화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상품시장 수요에 적신호를 켰다.
그 중에서도 금을 비롯한 금속 가격 하락세는 두드러졌는데, 12월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금 가격은 2000년 이후 첫 연간 하락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은의 경우는 30년래 최악의 성적을 기록할 지도 모른다.
또 곡물 중에서는 옥수수가 39% 가까이 추락하면서 S&P GSCI 자료가 집계되기 시작한 1960년 이후 최대 연간 낙폭을 기록할 모양새다.
퍼머넌트 포트폴리오 페밀리오브펀즈의 자산운용가 마이클 쿠기노는 “상품시장 약세 분위기가 연말까지 쭉 이어질 것 같다”면서 “선진국과 신흥국에서의 성장률은 지지부진하거나 둔화되는 상황인 반면 당장 시장 공급량은 늘어나 가격은 내릴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내년에도 반등 어려울 듯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이 같은 부진한 성적이 이어질 것이란 데 의견을 모으는 모습이다.
씨티그룹과 크레딧스위스는 모두 내년도 상품시장 약세를 점쳤고, 지난 10월 골드만삭스는 향후 12개월 안에 S&P GSCI 인핸스드(Enhanced) 지수가 0.7%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정 상품별로는 골드만이 귀금속 가격이 17% 떨어지며 하락 분위기를 주도하고, 농산물 역시 8.1%가 후퇴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 상품리서치 대표 제프리 큐리는 내년도 철광석과 금, 대두, 구리 가격이 “상당 폭” 하락할 것으로 점쳤다.
특히 금의 경우는 연준의 테이퍼링 소식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안전자산의 매력이 더 이상 주목 받지 못해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 많다.
다만 골드만은 상품시장의 하락 압력이 내년도 하반기까지는 뚜렷이 드러나지 않아 초반에 포지션 잡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올해 상품시장 중 26% 오르며 가장 선전한 품목 중 하나인 코코아의 경우 향후 4년 동안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국제코코아단체가 경고한 상황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내년이 상품시장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ETF시큐리티스의 리서치투자전략 대표 니콜라스 브룩스는 “중국 성장세가 10~12% 수준에서 지속 가능한 7~8%대로 내려온 상황이 이미 시장에 반영됐으며, 오히려 그간 낙관론 일색이었던 공급 전망에 갑작스런 우려가 제기되면 가격 지지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반적인 글로벌 경제 회복 분위기 속에 납과 구리, 백금, 팔라듐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고, 에너지 가격은 레인지 거래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금과 은 가격은 현물 매수세가 뒷받침되며 낙폭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곡물 시장의 경우는 옥수수와 커피의 전망이 밝은 것으로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