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창균 기자] 차기 KT CEO(대표이사)로 내정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을 두고 자격시비가 고개를 들고 있다. 예상치 못한 인물이 KT CEO 후보로 발탁되면서 생길 수 있는 반감으로 넘길 얘기는 아닌 듯하다.
황 후보는 자타공인 성공한 전문경영인으로 평가된다. 최소한 반도체분야 만큼은 말이다. 이 때문에 통신경험이 없는 황 후보가 위기에 처한 KT의 구원투수로 적절한가에 대한 자질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989년 황 후보는 글로벌기업들의 스카우트 제의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행을 택했다. 황 후보가 반도체분야에서 본격적인 두각을 드러낸 시점은 2001년 이후다.
황 후보는 2002년 국제반도체회로학술회의에서 '반도체 메모리의 집적도는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내용의 메모리 신성장론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때 만들어진 수식어가 '황의 법칙'이다.
이러한 메모리 신성장론은 맞아 떨어지는 분위기였다. 삼성전자는 2001년 1기가바이트였던 메모리를 2002년 2기가바이트로 높이고 2003년에는 4기가바이트, 2004년 8기가바이트까지 매년 두 배씩 늘렸다. 또 2005년 16기가바이트에 이어 2006년에는 32기가바이트를 개발하며 '황의법칙'을 입증했다.
승승장구하던 황 후보에게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2007년 7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황 후보(당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를 강하게 질책한 일이 벌어졌다.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2007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서 이 회장은 황 후보에게 "어떻게 했기에 하이닉스에까지 뒤졌냐"며 격노한 것.
이 자리에는 윤종용 부회장을 비롯해 이윤우 부회장 이기태 부회장 이학수 전략기획실장등 삼성그룹 수뇌부가 모인 자리였다. 삼성그룹 수뇌부가 모인 자리에서 질책은 받은 황 후보 입장에서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 일이 생긴 뒤 황 후보는 반도체총괄 사장에서 물러났고 다시 1년 후 상담역으로 인사조치 돼 경영일선에 퇴진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황 후보의 주전공인 반도체에서도 절반의 성공에 그친 셈이다.
이 뿐 아니다. 지난해 말 서울대에서는 황 후보의 초빙교수 임용을 놓고 자격시비가 일었다. 서울대 사회학과가 황 후보(당시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장)를 초빙교수로 임용하려고하자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황 후보의 비전문성과 함께 반(反)노동 경영의식이 서울대학교 교육기조의 부합되지 않는다며 반대의사를 피력했고 결국 황 후보의 초빙교수 임용은 백지화됐다.,
이에 비춰 볼 때 황 후보 역시 KT와 썩 잘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무노조경영에 익숙한 황 후보가 통신경험이 없는 KT를 이끌고 간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는 게 KT 안팎의 목소리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