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함지현 기자] 정기적인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단을 바라보는 여야 모두가 개운치가 않다. 여당은 기업 부담이 증가할 것을 우려했고, 야당은 신의원칙에 따른 소급적용 불가 판정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고 이것이 휴일·야근·연장근로 수당과 퇴직금 산정에 유리하게 적용돼 근로자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기업 부담이 증가해 투자가 위축되고 기존 일자리와 새로운 일자리의 공급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는 "안 그래도 불안한 우리 경제 상황에서 향후 이 원칙이 개별적으로 적용될 경우 노사 간 새로운 분열과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며 "정부는 대법원 판결의 정신에 맞춰 차일피일 미뤄왔던 통상임금 기준에 대한 법령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국회도 노동자의 복리와 국민경제 사이에서 균형 잡힌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재철 최고위원도 "통상임금 논란은 일단 끝나겠지만 재계의 부담과 경제 활성화에 대해 우려되는 내용이 없지 않다"며 "이번 판결이 노동자의 권리는 지키는 측면에서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중소기업 등의 투자와 고용의 측면에서 어려움이 예상돼 정부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야당은 정기적인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은 당연한 선고이므로 큰 틀에서는 존중했다. 다만 노사 간에 합의했던 3년치 임금 채권에 대해 신의원칙에 따라 소급 적용할 수 없다는 부분은 유감을 표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노사 현장에서 큰 혼란과 진통을 겪어 왔던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에 대하여 큰 틀에서 존중한다"고 밝혔다.
다만 "노사 간 합의를 토대로 임금 총액 및 다른 근로조건을 정하고도 추가임금을 청구해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된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이라 허용될 수 없다는 부분은 그동안의 노사 관행 및 현실을 도외시한 판결로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20일부터 근로기준법 심사 재돌입…복리후생비 포함 여부 쟁점
여야는 오는 20일부터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을 계기로 국회 근로기준법 개정안 심사에 다시 돌입한다. 이 과정에서 이번 판결에서 제외된 복리후생비 포함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대법원 판결에서 복리후생비가 제외된 만큼 이것을 포함해 범위를 넓히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꼼꼼히 따져본 뒤 일부는 포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간 노사정의 합의를 강조해 온 여당은 일정 수준의 논의가 진행됐다고 판단하고 고용노동부의 임금제도 개선특별위원회나 노사정 위원회, 노사정위원회 산하인 임금·근로시간특별위원회 등의 논의를 바탕으로 당정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결과가 입법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야당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대법원의 정기 상여금 통상임금 인정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 역시 민주당에 주어진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불필요한 논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정책위 차원에서 입법 점검에도 만전을 기하는 조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야당이 내놓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민주당 홍영표 의원 안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 안이 대표적이다.
홍 의원은 각종 수당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의 개념을 단순화해 노사 분쟁을 줄일 수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개정안은 통상임금의 개념을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소정(所定)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정한 일체의 금품'으로 단순화했다. 정기상여금이나 체력단련비, 명절휴가비 등 각종 명칭에 상관없이 사전에 지급하기로 정한 금품이라면 모두 통상임금에 포함키로 한 것이다.
심 의원의 개정안은 통상임금에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것과 일정한 조건이나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을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