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우리투자증권을 거머쥔 NH농협금융지주의 승리요인으로는 KB금융지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순한 의사결정 구조, 패키지로 인수할 경우 기존 계열사와의 결합 등에서의 장점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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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KB금융은 우투증권에는 농협금융보다 휠씬 높은 1조1500억원을 제시했지만, 생명과 저축은행은 마이너스 값을 제시했다. 돈을 받고서야 두 매물은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농협금융은 패키지로 묶인 매물 각각에 고른 가격으로 패키지 인수가격을 1조1500억원을 제안해 KB금융보다 앞섰다.
금융권에서는 같은 매물에 대해 비슷한 실사 기법을 통해 평가했지만, 농협금융과 KB금융이 서로 다른 가치를 부여한 것을 크게 두가지로 해석하고 있다.
우선 KB금융이 우투 패키지 본입찰에 응할 때부터 우투증권 이외의 매물은 인수 의사가 아예 없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KB금융 경영진이 두 매물인수에 대해 이사회에서 설득에 실패했거나 아니면 애초부터 이사회 설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어느 경우든 이사회 설득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KB금융 사외이사들이 우투증권 이외의 매물에 대해 거의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KB금융의 한 사외이사는 "(1+3 패키지에 대해) 3개의 ′혹′을 갖고 오는데 굳이 목맬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하는 이사들이 꽤 있다"고 이사회 분위기를 전한 바 있다.
특히 KB금융 사외이사들은 내년 하반기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KDB대우증권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굳이 부실 매물까지 달린 우투패키지에 실탄을 쓰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 한 사외이사는 "우투증권의 매각 가치는 1조원 이상이지만, 나머지를 마이너스 하면 1조원이 많을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입찰을 앞둔 시점에서 KB금융 고위관계자로부터 "이사회 분위기가 좋지 않다. 힘들다" 등의 얘기가 실제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사회 설득이 난항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KB금융이 최근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국민주택기금 횡령 등 불미스러운 일이 불거지면서 경영진이 이사회 설득에 적극 나서지 못했다는 관측도 KB금융 안팎에서 나온다.
또 금융지주 포트폴리오상 KB금융이 이사회 설득에 더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골칫거리로 판정된 생명과 저축은행 처리에서 농협금융이 KB금융보다 한발 앞서 있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생보가 KB쪽보다 상대적으로 커 지급여력을 맞추기 위해 돈을 추가 투자하는 데도 유리하다. 농협생명은 업계 4위지만, KB생명은 업계 순위가 15위 정도에 불과하다.
저축은행 역시 KB금융은 이미 제일저축은행과 예한솔저축은행을 인수한 바 있지만, 농협금융은 그룹 내 저축은행이 없다.
농협금융지주 아래 자회사로는 농협은행(100%)과 농협생명보험(100%), 농협손해보험(100%), NH농협증권(52.2%), NH농협캐피탈, NH농협선물(100%), NH-CA자산운용 등 7개 법인을 두고 있다.
지배구조 차이도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가 100% 출자한 단일주주이지만, KB금융은 지난 24일 기준으로 외국인 지분율이 63.77%다.
KB금융 한 사외이사는 "KB가 불리한 건 틀림없다. 우리는 외국인 투자도 많아 주주에 대해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적극적으로 우투증권 인수를 위해 중앙회 설득에 공을 들이면서 중앙회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것도 농협금융 승리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