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기범 기자] 잇따른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의 구두개입성 발언에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외환당국이 국제사회에서는 '환율조작국'으로, 시장에서는 '양치기 소년'으로 비춰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3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4년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축사를 하고 있다. |
외환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6일 "기자들이 현오석 부총리에게 환율과 상관없는 장관회의, 국무회의 등에서까지 매번 환율 관련한 질문을 하고 그에 대답이 기사화된다"며 "원론적인 대답을 하더라도 개입성 발언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한국 외환당국의 입지가 좁아지는 부작용으로 연결된다고 그는 판단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재무부는 반기보고서를 통해 한국 금융당국에 시장 혼란이 나타나는 예외적 상황이 아닌 이상 외환시장 개입을 제한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 재무부는 한국의 원화가 경제 펀더멘털보다 2~8% 저평가됐다고 전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뤄져야 하며 외환시장 개입 이후에는 내용을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3일 있었던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현 부총리의 발언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CNBC, WSJ 등 주요 외신들은 외환당국의 개입이 힌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외 외환 전문가들 역시 환율전쟁까지 확대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BNY멜론의 마이클 울포크 선임 외환투자전략가는 "엔화 약세는 아시아 신흥국 통화에 커다란 압박"이라며 환율전쟁 재점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 같은 국제적인 곱지 않은 시선을 고려해 기재부의 고위관계자는 (기재부) 내부 회의 자리에서 현 부총리에게 개입 관련 발언을 자제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부 출입기자들에게도 같은 부탁을 했다. 하지만 보고 이후 열린 행사였던 3일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도 현 부총리의 입은 쉬지 않았다.
아울러 시장 반응 역시 전보다 냉정해진 모습이다. 개입 횟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하락 속도를 완화하는 것에만 신경을 쓴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개입 발언보다도 실제 환율이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난 10월처럼 공동명의 구두개입과 같이 분명한 메시지가 아니면 개입 경계감이 커지고 끝날 때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딜러는 "쏠림 현상은 표면적인 얘기고 당국의 기본적인 스탠스는 하락 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게다가 개입도 분명치 않으니 을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와 같은 시선은 외환당국의 신뢰도 저하 뿐만 아니라 통화 안정을 위한 비용 확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 상임자문위원의 주장에 따르면 통안채 이자비용, 외평채, 외국환평형기금 등을 고려할 때 외환당국의 개입 비용은 GDP의 5% 수준에 이른다.
결국 외환당국 실무진은 사고무친(四顧無親:사방을 돌아보아도 친한 사람이 없다)이란 사자성어처럼 이래저래 고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뉴스핌 Newspim] 박기범 기자 (authenti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