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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의 월드피플]'혁신의 애플' 계주 바통 쥔 팀 쿡

기사등록 : 2014-01-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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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제2의 발머 될 수도 있어"..애플 생태계 이상 내다보는 혁신 필요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삼국지>에서 사제갈주생사마(死諸葛走生司馬)란 말이 나온다. 죽은 제갈 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도망치게 한다는 것. 탁월한 인재는 죽어서도 산 사람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는 얘기를 할 때 많이 인용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너무 뛰어난 전임자를 두었기에 출발부터 부담이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2011년 8월 스티브 잡스의 후임으로 애플의 CEO를 맡았고 잡스의 사후에도 애플을 바지런히 이끌어 왔지만 "잡스만 못하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고, 이런 가운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는 얘기도 간간히 들린다.

일부에선 쿡 CEO가 자칫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여러 공(功)을 세웠지만 결국 쫓겨난 스티브 발머 전 CEO 꼴이 되는 것 아니냔 얘기도 한다. 포브스에도 15일(현지시간) '팀 쿡은 다음 스티브 발머가 될 것인가(Will Tim Cook Be the Next Steve Ballmer?)'란 적나라한 제목의 글을 실었다.

워낙 정보기술(IT) 업계의 변화가 급속히 일어나고 있다보니 아차하는 순간 리더가 판단을 잘못하면 그 업체는 크든 작든 나락으로 미끌어지기 십상인 요즘이다. 즉 차세대 기술이란 생존력을 갖추지 않고선 수명이 다할 수도 있다.

한 때 IBM에 대적할 만한 업체로 급부상했던 디지털 이큅먼트 코프(DEC)는 1970년대 VAX란 컴퓨터로 명성을 날리며 IBM에 이어 2위 컴퓨터 업체까지 올랐다. DEC는 대형의 값비싼 컴퓨터 대신 '미니 컴퓨터'로 인기를 끌었으나 유닉스 환경 등에 적응하지 못하는 오판으로 추락했고, 결국 컴팩에 합병되면서 사라졌다. 모토로라와 노키아, 블랙베리 등도 마찬가지로 애플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급속도로 달리는 동안 적응하지 못하고 밀려난 대표적인 업체들이다.

IT업계에서만의 일도 아니다. 필름 제조업체의 대명사였던 코닥은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고, 보더스도 온라인 판매라는 신무기를 들고 나온 아마존에 무릎을 꿇었다. DVD의 시대가 가버리면서 블록버스터도 파산했고 그 자리는 넷플릭스가 정복했다.

그래서 쿡 CEO의 어깨도 무거운 것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출처=애플)
쿡 CEO는 잡스처럼 천재적인 직관을 갖고 있다기 보다는 노력형 인재다. IBM 등을 거쳐 1998년 애플에 입사한 그는 일벌레로 유명하다. 결혼도 하지 않았으며 일에만 매진한다. 새벽 4시반이면 기상해 이메일을 확인하고 운동한 뒤 6시면 사무실에 도착해 일을 시작하며 일요일 저녁에도 전화로 회의를 하며 다음 주를 준비한다고 한다.

잡스의 사후 애플이 무너지지 않게 잘 떠받쳐 왔으며, 중국 시장 진출이라는 숙원, 좀처럼 주주들에게 배당하지 않던 관행의 파기 등 쿡 CEO가 이뤄낸 것 또한 적지 않지만 시장과 세상이 바라는 건 잡스식의 직관, 혁명인 듯 보인다. 특히 웨어러블 컴퓨팅과 사물인터넷(IoT)의 교차로에서 쿡 CEO가 어떤 판단과 전망을 가지고 애플을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애플의 생존까지도 좌우될 수 있다.

포브스는 MS에서 여러 성장 기회를 놓쳤던 스티브 발머가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된 것을 대조시켜 쿡 CEO의 사명이 만만치 않음을 강조했다. 발머는 13년 동안 MS를 이끌면서 2002 회계연도 300억달러에 불과했던 매출 규모를 2013 회계연도엔 800억달러까지 끌어올렸다. PC 시장에서의 윈도 운영체제(OS)와 오피스 판매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해 왔던 것. 또한 엔터테인먼트 및 기업 사업부문에 있어서도 발전을 꾀했다.

하지만 이런 성장은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트위터, 애플, SAP, IBM, 오라클, HP가 성장하고 기업가치를 올리는 거에 비해 미약했다. 이들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1조6000억달러가 넘는다. MS 주가는 지난 10년동안 거의 제자리를 맴돌았을 뿐이다.

만약 MS가 검색과 광고,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폰, 태블릿, 소셜 미디어, 빅데이터, 기업용 소프트웨어 등의 부문에서 혁신적 발전을 이뤘다면 아마도 발머는 쫓겨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포브스는 지적했다.

쿡 CEO 역시 잡스 이후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없다는 지적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보여달라는 압박이 크다. 웨어러블 컴퓨팅에 있어 애플이 아이워치를 개발 중이라는 건 다 알려진 사실. 포브스는 그러나 애플이 아이워치를 원격 컴퓨팅이 가능한 플랫폼으로서가 아니라 아이폰 주변 기기 정도 수준에서 내놓는다면 실패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시 말해 아이워치가 아이튠즈와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살 수 있는 앱과의 연동 등 '애플의 생태계' 속에서만 머물게 하는 것보다 좀 더 큰 범위를 가져야 할 것이란 얘기다.

기대감이 워낙 높은 만큼 팀 쿡 애플 CEO가 과거를 뛰어넘는 혁신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마이크로소프트(MS)를 떠나고 말았던 스티브 발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왼쪽이 팀 쿡 CEO, 오른쪽이 스티브 발머 MS 전 CEO(출처=블룸버그)
포브스는 이에 따라 쿡 CEO에게 있어 루비콘 강(돌아올 수 없는 지점)은 애플의 현재 생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차세대 컴퓨팅 환경에 걸맞는 혁신을 이뤄내느냐 마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현재의 수준에서만 머문다면 발머가 윈도와 오피스 궤도만을 돌다가 혁신에 실패했던 것처럼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 애플은 이런 혁신을 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은 탄탄하지만 시간 낭비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더 우려되는 것은 구글 같은 경우 퀀텀 점프에 가까운 혁신을 계속 시도중이란 점이다. 구글은 웨어러블 기기인 구글 글래스는 물론 무인 자동차를 개발중이며 온도조절 기술과 제품을 갖고 있는 네스트를 32억달러에 인수하며 사물인터넷 시대 선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제너럴일렉트릭(GE), IBM 역시 사물인터넷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얘기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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