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소영 기자]독일 벤츠자동차가 외국 제조업체로는 최초로 중국 본토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인 '판다 본드'를 발행할 예정이다.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이 벤츠사와 중국은행이 지난해부터 판다 본드 발행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고, 곧 정식 발행에 나설 것이라고 21일 보도했다. 벤츠사와 중국은행은 판다 본드의 발행 여부 확인 요청에 회신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분야 외 외국 제조업체의 판다 본드 발행 소식은 이번이 처음이고, 벤츠사를 시작으로 판다 본드의 자금 운용 제한 규정이 대폭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05년 중국이 처음으로 외국기업의 중국 내 위안화 표시채권 발행을 허용한 이후 국제금융공사(IFC)·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성 금융기관의 채권 발행이 주를 이뤘다. 만약 벤츠사가 이번 판다 본드 발행에 성공하면 중국 본토에서 진정한 의미의 외국기업 위안화 채권 발행이 실현되는 것이다.
중국은 외국기업이 판다 본드를 통해 모은 자금을 중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외국 반출을 금지해왔다.일례로 2005년 판다 본드를 발행했던 국제금융공사는 모집한 자금의 50%를 대출형식으로 중국 최대 시멘트 생산업체에 제공했다.
중국 금융전문가는 조달 자금의 해외 반출 및 자금사용을 제한하는 현행 규정이 중국 채권시장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련자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벤츠사의 판다 본드를 시작으로 중국 정부가 조달 자금 사용제한을 상당히 완화하거나, 해외 반출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움직임은 중국이 채권시장의 대외 개방폭을 한 층 확대하는 신호로 풀이되고 있다. 자오칭밍(趙慶明)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 금융학과 교수는 "당초 중국 금융당국은 관리의 편리성 차원에서 채권 조달 자금의 사용방식과 범위를 제한했지만, 위안화 국제화 촉진과 위안화의 급격한 가치상승 예방을 위해서 채권시장을 점진적으로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리취안(李全) 재정부 재정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위안화 채권을 통한 조달 자금을 중국 내에 묶어두는 규정은 일부 중국 산업의 자금부족 현상 완화에 도움을 줬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중국 인건비 상승과 산업 구조조정에 따라 중국 기업의 해외진출이 크게 늘고 있다. 판다 본드의 자금을 해외 시장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중국 자본의 해외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채권시장 규모는 매년 확대되고 있다. 상하이청산소가 최근 발표한 '2013 중국 채권통계 분석보고'에 따르면, 2013년 중국 채권시장 규모는 262조 700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5% 증가했다.
2013년 말 기준, 중국 채권시장에 등록된 위탁금액은 29조 9000억 위안으로 2012년 보다 14.1%가 늘었다. 채권시장 규모 확대에 따라 대외개방에도 조금씩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해 3월 인민은행은 중국 국내 은행간 채권거래에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의 참여를 허용했다.중국 은행간 채권거래 규모는 중국 전체 채권거래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