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대출모집인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출모집인에 대한 통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관리, 감독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자료=은행연합회] |
현재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에는 대출모집인의 등록 의무화와 대출 상품의 금리와 중도상환수수료 등 금융상품의 중요 사항에 대한 설명의무 등의 판매행위 규제 적용, 위반 시 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번 카드 정보유출 사태를 계기로 국회 통과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문제는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관련 법적 공백은 당연히 시급히 메워야 할 사항이지만, 이는 필요조건일 뿐이다. 특히 대출모집인 업계에서는 법적 공백보다 더 근원적인 금융산업의 외주화 문제와 이에 따른 고용 불안, 낮은 처우 등을 지적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대출모집인 대표는 "은행 소속의 대출모집인이었을 때는 최소한 대출 몇 건을 하면 최소 얼마 이상 지원도 해주는 등 일종의 복리후생이 있었다. 은행의 직접 관리감독도 받았다"며 "하지만 외주화가 되고 수수료율도 바뀌면서 굉장히 박봉이 됐다. 그걸 못 버티는 이들이 떨어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나가서 하는 게 결국 불법 모집 행위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대출 모집인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최근 씨티은행이 대출 모집인 조직을 은행으로 흡수한 것처럼 은행과 직접 대출모집인이 계약을 체결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씨티은행은 대출 판매 전문 자회사인 씨티금융판매서비스를 청산하고 씨티은행에 합쳐 직접 관리 통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외국계 은행이 국내에서 열세에 있는 지점 상황과 대출모집인 제도 자체를 없애기 어려운 측면을 고려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은행 등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이런 '외주화 역행'을 반기기 쉽지 않다.
대출모집인의 외주화 문제에는 비용 문제와 리스크 부담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한 부분으로 대출모집인이 흡수될 경우 상대적으로 관련 인건비와 관리비는 높아진다. 반면 법적 공백에서 발생하는 불건전 영업 우려는 높아져 리스크는 커진다. 금융회사는 대출상담사의 역할이 필요하지만, 외주를 통해 효율은 높이고 책임과 비용은 낮추고 싶다.
이런 전반적인 외주화 흐름 속에서 처우는 나빠지고 금융당국의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지만, 대출모집인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집단적으로 낼 이렇다 할 창구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대출상담사협회가 지난해 8월에 생겼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인 데다 대표성에 대해서도 업계 내에서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다보니 대출모집인들은 낮은 처우, 불안전한 고용, 낮은 자존감 등에서 대출모집인 법인에서도 떨어져나가 불법정보 취득과 공유, 거래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불건전 대출모집에 나서게 될 유혹을 받고 있다. 일정부분 이렇게 몰리고 있다는 표현도 가능하다. 금융당국이 주목하는 불법 취득 정보의 주된 수요처라는 대출모집인에 대한 빨간 딱지에는 사실 이런 배경이 놓여있다.
실제 법인에 있다가 무등록 불법대출모집인으로 탈바꿈하는 숫자는 추정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게 금융당국이나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합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1만6000여명에 해당하는 무등록 대출모집인이 있다는 추산도 업계에서는 나온다.
이에 따라 단순한 관리감독 강화와 병행해 대출모집인의 고용 불안과 처우 개선에 대한 고민이 함께 시작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격 심사를 강화하고 진입을 업하게 하되 당근책으로 은행에 소속돼 있으면 기본급여를 조금 주고 실적(급)을 주는 방식 등 다양한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출 상담사는 "불법정보를 사용하고 불법을 저지르는 이들에게는 엄중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규제보다는 상담사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등이 더 중요하다"며 "상담사들은 사실 밑바닥 인생이다. 우리는 고용보험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