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백현지 정경환 기자] 코스피 1차 방어선으로 여겨졌던 1900선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4일 증시 개장과 동시에 1900선을 밑돌더니 1890선도 깨졌다. 지수가 30p 이상 떨어진 것은 충격적인 일로, 예상을 뛰어넘어 넘는 수준이다.
밤사이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밝힌 지난 1월 제조업지수가 시장 전망치(56.0)보다 못한 51.3을 기록으로 다우존스 등 주요 시장이 2%대 하락하는 등 글로벌 증시는 약세였고 코스피도 같은 흐름을 탈 것이란 게 지배적인 관측이었다.
역시 외국인 투자자는 폭발적인 코스피 팔아 치우기 중이다. 오전까지 617만주를 순매도하고 이 물량을 개인과 투신, 은행 등의 기관투자자들이 사들이는 모습이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조정이) 과잉상태가 아니고 올게 온 것"이라며 "올해 시장은 지난해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아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4일 코스피가 글로벌 증시 충격으로 1880선까지 떨어졌다. |
◆ 외국인 펀드 환매 흐름 속에 신흥국 충격받아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에 따른 신흥국 위기 속에도 우리 정부는 안정된 정부 재정, 경상수지 등을 바탕으로 충격을 받더라도 일시적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시장이 받는 충격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증시는 급락하는 등 금융위기 수준에 못지않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증시 이탈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는데다 증시가 결국 회복될 것이란 전망 속에 “공격적으로 주식을 담을 기회를 맞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외국인은 3개월 연속 코스피를 팔아 치우고 있다. 매도세가 최근 들어 부쩍 강해졌는데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순매도 규모는 1월 중 13~17일 2억달러, 20~24일 3억달러, 27~30일 7억5700만달러로 급증하고 있다. 3일에도 외국인은 4189억원 순매도로 코스피 지수를 21p 끌어내렸다.
이 같은 외국인 순매도는 심리적인 충격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수익 실현에 따른 펀드 환매라는 점에서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블룸버그의 한국 관련 글로벌 주식형 펀드 현황 자료를 보면 연간 펀드 순유입액은 2013년 1118억8100만달러에서 2014년 7억2200만달러로 매우 감소했다. 올 1월에도 7억2200만달러가 순유입하는 데 그쳤다.
◆ “분할 매수 적기 왔다. 낙폭 과대 대형주 공략해야”
펀드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에 대한 외국인 이탈은 훨씬 심각하다. 알맹이가 비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 들어온 자금을 형태별로 나눠보면 액티브펀드와 패시브펀드가 있다. 패시브펀드는 인덱스를 그대로 추종하는 것이고, 액티브펀드는 인덱스보다 조금 더 나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을 나타낸다. 신흥국에 들어온 자금의 60% 정도가 ETF 등 패시브펀드 형태로 들어와 있다.
그런데 신흥국 환율 급등 이후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 이탈된 자금의 61%, 한국 이탈액의 66%가 패스브 펀드 환매대금이다.
조성준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피는 장기적으로 펀더멘탈상 충분히 저평가 국면에 진입해 있지만 단기적으로 글로벌 시장 전반의 위험회피 선호 확산에 따른 매물출회 부담이 더 커 당분간 코스피는 외국인들의 매물 출회 지속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저가 매수 기회로 여기며 투자전략 구상이 한창이다.
김지훈 키움자산운용 자산운용본부장(상무)은 “조금 더 내려갈 순 있다 해도, 1860~1870 선에서 하단을 형성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많이 빠진 것이 가장 큰 모멘텀으로 경기 회복 기대를 갖고 있다면 지금은 분할 매수 적기로 낙폭이 큰 대형주들이 유효해 보인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