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해 위험자산의 가격 하락 리스크가 높을 뿐 아니라 레버리지를 통해 손쉽게 자산을 불리는 시대가 종료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4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채권펀드 업체인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는 글로벌 경제 성장이 부진할 것이라며,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의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성장과 금융시장의 출렁거림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최근 발표된 미국 경제 지표가 시장의 예상치에 못 미쳤고, 올해 3% 성장이 가능할 것인지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증시의 동반 급락이 미국과 중국의 성장 둔화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민간의 부채 축소가 진행됐지만 여전히 레버리지가 높은 상황이며, 경제 성장이 기대치에 못 미칠 경우 위험자산의 하락 리스크가 증폭될 것이라고 그로스는 내다봤다.
최근 몇 주 동안 도미노 폭락을 연출한 이머징마켓과 관련, 그는 밸류에이션이 낮아졌지만 펀더멘털 역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브라질과 터키 등 주요 신흥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나고 있고, 통화 가치 급락을 막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이 때문에 성장이 더욱 둔화될 위기라는 지적이다.
그로스는 “빠르게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며 “특히 레버리지를 일으켜 부자가 된다는 것은 이제 생각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성장으로 인해 연준이 제로 수준의 금리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때문에 만기 4~5년의 국채 비중을 늘리는 것이 수익률 및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그로스는 “글로벌 전반에 걸쳐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어 고객들이 고수익률을 올리는 것보다 원금을 지키는 데 치중하는 한편 안전자산으로 옮겨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 1월 핌코의 대표 상품인 토탈리턴 펀드에서 35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총 411억달러가 순유출된 데 이어 투자 자금의 썰물이 올 들어서도 지속되는 움직임이다.
1월 토탈리턴 펀드는 1.35%의 수익률을 기록해 지난해 1.92% 손실에서 플러스 수익률로 전환했다. 지난해 손실률은 1994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