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모바일 전성시대, 인텔의 '굴욕'.
모바일 전성시대에 유독 PC만 고집스럽게 주력해온 기업, 그러다가 한 세대를 뛰어넘어 다음 세대를 기약할(?) 수밖에 없는 기업.
바로 2014년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의 자화상이다.
◆ 모바일 AP 시장점유율 0%대 '굴욕'
인텔은 지금도 모바일 분야에서 스스로 최상의 성능과 혁신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상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에 들어가는 자사 모바일 AP(모바일 기기의 메인 처리장치) 제품을 넘길 데가 없어 할인판매로 밀어내기할 수밖에 없는 기업이 됐다는 점이다.
과거 PC 전성시대 인텔은 그야말로 슈퍼갑이었다. 인텔 CEO들은 마치 록스타와 같이 대중앞에 나서서 앞으로 미래는 이렇게 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대중은 그들에게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오히려 인텔은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너들이라면 누구에게도 물량을 좀 던져달라고 손내미는 모습이다.
하지만 애플은 줄 수 있는 물량이 전혀 없고 삼성전자는 그나마 가끔 던져주고 있는 정도다.
◆ 저가형 모바일 업체 '기웃'
한동안 인텔의 전략은 어쩔 수 없이 모바일 저가형 제품 시장을 기웃거리는 것이었다.
지난해 인텔의 모바일 AP부문 시장점유율은 0.1%~0.2%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레노버나 화웨이, 아수스텍과 같은 저가형 스마트폰 및 태블릿 업체들이 시장을 확대하길 바랬으나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인텔은 모바일 시대의 주류인 스마트폰이 아닌 태블릿으로 무대를 옮기려는 낯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브라이언 크자니치 인텔 대표이사(CEO)는 올해 모바일 전략으로 4000만개의 모바일AP칩들을 유독 태블릿 업체들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달성가능할런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인텔이 팔았던 모바일AP칩의 수도 1000만개에 못미치고 있기 때문에 꽤나 도전적인 목표임에 틀림없다.
◆ 돈주면서 '제품 써주세요'
그런데 시장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인텔은 태블릿 제조사들에게 적잖은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할인판매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당초 모바일 AP칩을 공급하면서 지원하게 될 보조금은 20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스테이시 래스콘 번스타인리서치 애널리스트의 분석 결과 인텔이 지급하는 보조금은 대당 51달러 수준으로 알려지면서 주주들을 놀라게 했다.
더욱이 이는 사실상 인텔의 제조원가를 훼손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한 태블릿 업체들은 대부분 199달러 이하의 저가품을 생산하고 있어 인텔의 보조금이 전체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전망이다.
◆ 인텔의 실패와 교훈
인텔의 모바일 부문 실패는 진행형이다. 이는 인텔이라는 기업문화적 현상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투자자들 앞에서 앤디 브라이언트 인텔 회장까지도 "우리가 이렇게 길을 잃게 될 지는 몰랐으며, 개인적으로도 많이 당황했다"고 탄식했을 정도다.
그러자 엔지니어 출신의 크자니치 CEO도 "그동안 우린 너무 편협했다"면서 "시장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제품만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는데 너무 집중했다"고 화답했다.
인텔은 지난달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 측은 올해 말까지 전체 글로벌인력 10만7000명의 5%에 해당하는 5380명을 감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오늘날 IT분야에서 한 세대를 뒤처질 경우 어떤 모습이 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