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선진국의 경기 회복은 신흥국에는 고통스런 조정의 시간을 가져올 것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8일 분석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영국, 유로존 등에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신흥시장에는 고통스런 조정 흐름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영란은행은 지난 12일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3.4%로 상향조정했고 내년 전망치도 기존 2.3%에서 2.7%로 올려 잡았다.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비치도 연율 기준 3.2%를 기록해 회복세가 확인되고 있다.
무디스는 올해 중 G20 국가들의 실질 GDP는 2.3%대 상승하고 내년에는 2.5%대까지 확대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무디스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전망에 비해 좀 더 강화된 것이다.
콜린 엘리스 무디스 이사는 "단기적으로는 선진국 경제가 강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는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가져와 신흥시장이 고통스런 조정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디스는 그러나 당분간 글로벌 금융위기나 유로존 재정위기 등의 거대한 위기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올해 연준의 테이퍼링 지속으로 인해 신흥시장에서 약 2조달러 규모의 자금 이동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연준은 이미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2개월에 걸쳐 200억달러의 테이퍼링을 결정, 양적완화로 인한 자산매입 규모는 월간 650억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어제이 싱 카푸르 연구원은 "미국 연준이 테이퍼링을 지속할 경우 신흥시장에서 대형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점차 빠져나갈 것"이라며 "달러 캐리 트레이드에 의해 상승한 신흥국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되고 안전자산을 찾는 성향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신흥국들의 경우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3분기 이후 2조700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고가 늘어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신흥국들은 경제 회복과 자산가치 상승, 인플레이션 등을 경험한 바 있다.
신흥국들의 자발적 경제구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12월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신흥국 경제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산이 3분의 1 가량은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주식과 채권, 외환 등 금융시장 전반이 향후 10여 년간 부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윌리엄 로즈 씨티그룹 자문도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은 신흥국들의 신속한 구조적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과 멕시코의 경우 외국자본을 활용해 경제를 개혁함으로써 더 나은 환경을 맞이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프레드릭 노이만 HSBC 아시아경제리서치 공동대표도 신흥국들이 ▲무역 자유화 ▲불필요한 보조금 축소 ▲방만한 공기업 정상화 등을 통해 외국 자본의 투자 매력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