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소영 기자] # 2년 전 중국인 남성과 결혼해 현재 중국 베이징(北京)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여성 A씨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대기 오염때문에 다음달 2살된 아들과서울에 와서 거주할 예정이다. A씨는 "직장일로 남편은 베이징에 남을 수 밖에 없다. 스모그때문에 가족이 떨어져 살 수 밖에 없게됐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 중국인의 해외이민이 크게 늘고있는 가운데, 자녀교육과 함께 환경오염이 중국을 떠나는 주요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삶의 질을 쫓아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환경 이민'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극심한 스모그로 베이징·상하이(上海)·청두(成都) 등 주요 대도시 교통과 경제활동도 지장이 생기고 있다. 짧은 가시거리 탓에 고속도로 운행이 금지되거나 비행기의 이착륙이 지연되는 일이 잦다. 미국 민항기 운항정도 사이트 플라이트스탯츠에 따르면,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주요 공항의 비행기 기착륙 시간 정확도는 20~30%에 불과하다. 사업차 공항 이용이 잦은 한 중국인은 "공기오염때문에 출장 스케줄 잡기가 쉽지않다"고 밝혔다.
스모그는 마치 검은 그림자처럼 중국 대륙과 중국 경제을 뒤덮고 있다. 주민생활은 물론 경제 산업분야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스모그가 심해지자 투자를 망설이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스모그가 심한 지역에 대한 해외 근무 기피현상 때문에 베이징의 한 다국적 기업은 본사로부터 필요한 인력을 지원받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스모그가 가져올 경제적 손실이 각 분야에 걸쳐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기오염이 심각한 사회문제를 유발하자 환경오염 문제는 일주일후(3월 3일) 열릴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올해는 스모그 등 환보 정책을 제안사항으로 준비한 전인대 대표들과 정협위원들이 어느해에 비해 많다고 홍콩 매체는 25일 전했다
당장 양회 전야의 중국은 대회장소인 베이징은 물론 많은 지역이 사상 최악의 스모그에 휩싸였다. 24일 베이징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250㎍/㎥ 이상을 기록했고, 25일 오늘은 400㎍/㎥을 넘어섰다. 베이징 등 중국 주요도시의 스모그는 지난 20일 이후 연속 5일째 지속되고 있고,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지역이 초미세먼지에 뒤덮혔다.
우리나라도 중국의 영향을 받아 25일 서울시에서는 올해들어 세번째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내려졌다. 25일 오전 7시 기준 서울의 시간당 초미세먼지 농도가 176㎍/㎥로 측정됐는데 베이징은 이보다 두 배가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베이징 지역에서는 현재 스모그 경보 4단계 가운데 2번째로 높은 수위인 주황색 경보가 발령됐다. 25일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자동차 운행을 제한하고 147개 공장의 가동중단 혹은 생산규모 축소 조치를 내렸다.
현재 중국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초미세먼지는 직경이 2.5㎛ 이하의 입자로 신경계 독성물질인 납과 비소 등 중금속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IRAC)는 초미세먼지를 석면,흡연과 같은 등급의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입자가 매우 작아 코나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 끝까지 이동 호흡기 계통 질환과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2012년 3월부터 초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 발표하고, 대기오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중국의 대기오염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 대기오염으로 불편을 겪기는 중국 주재 외국인도 마찬가지다. 주베이징 미국 대사관은 자체적으로 초미세먼지 농도를 측정·발표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 환경당국의 초미세먼지 농도 측정치 보다 미국 대사관의 발표치가 항상 훨씬 높다는 것. 일부 중국인들 사이에선 정부에 대한 불신마저 생겨나고 있다. 25일 중국 환경당국이 발표한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400㎍/㎥, 미국 대사관의 발표치는 이보다 높은 423㎍/㎥. 양측의 측정치 차이가 100㎍/㎥이상에 달할 때도 많다는 것이 중국 현지인의 전언이다.
중국 언론 역시 그동안 초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해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이때문에 청년층을 위주로 위챗(웨이신)과 같은 SNS를 통해 초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알리는 정보 혹은 중국 대기오염의 위험성을 알리는 외국 언론 보도를 번역해 공유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경제손실도 막대하다. 중국 칭화(淸華)대학과 아시가개발은행이 발표한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질 악화로 인한 경제손실 규모는 의료비용 기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2%, 지불용의가격(WTP: Willingness to pay) 기준 GDP의 3.8%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2012년 중국의 GDP 총액 51조 9000억위안을 기준, 적게는 6228억 위안의 많게는 2조 위안의 경제손실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마스크·공기측정기 매출 증가 등 공기오염으로 발생될 경제효과의 100여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대기오염 문제가 민생안정은 물론 정부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면서 중국 지도부는 환경오염 문제해결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런 문제 의식때문에 올해 양회에서는 스모그를 비롯한 환경대책이 가장 핵심적인 의제중 하나로 다뤄질 예정이다. 특히 베이징과 상하이의 스모그 문제는 전인대 보고사항의 핵심 내용이 될 전망이다.
상하이 사회과학원의 '국제도시 발전보고서'에 따르면 베이징 생태지수는 세계 40개도시중 39위로 나타났다. 이미 베이징시는 지난 1월 올해 150억 위안을 투입해 대기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양회에서는 배기가스 배출을 비롯한 스모가 대책과 관련해 보다 혁신적인 정책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국무원은 이미 지난해 9월 '대기오염 해결 행동계획'을 발표, 대기질 개선에 전력을 쏟기로 했다. 에너지 사용 구조개선과 산업 구조조정 노력을 통해 석탄 사용량을 줄이고 생산효율이 낮은 생산공장은 도태시킬 계획이다. 이같은 스모그 대책으로 인해 산업의 재편이 가속화하고 증권시장에서는 사양산업 주가 지고 스모그와 환보 관련 신흥 테마주가 인기를 모을 전망이다.
휘발유 품질을 높이는 한편 전기자동차와 같은 친환경 에너지 차량의 개발과 보급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다.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세수우대와 보조금정책도 활용할 계획이다. 중앙정부는 대기질 개선을 위해 100억 위안의 특별기금을 마련할 방침이다. 대기오염 물질 배출 감소를 위해 관리감독도 강화된다.
대기질 개선을 위한 정책의 중요성과 방향은 정해졌다. 구체적인 시행방안 제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시행안의 실효성과 집행강도에 따라 중국 지도부의 환경개선 의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부터 부정부패 척결과 14차례에 걸친 중국 지방도시 시찰을 통해 '민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심을 잡기 위해서 민생개선이 중국 지도부의 최우선 현안이 됐고, 대기질 개선 등 환경오염 해결은 민생개선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중국과 세계 투자자들은 다음달 3일로 다가온 양회에서 중국 지도부가 환경오염 개선을 위해 어떤 '카드'를 제시할 지에 주목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