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설 연휴쯤해서 토지 분양을 묻는 건설사들의 문의가 많아졌습니다. 그동안 쳐보다 보지 않던 주상복합 용지도 간단히 팔렸고요. 주택시장이 좋아지긴 좋아지는가 보네요" LH(한국토지주택공사) 택지 판매 직원의 이야기다.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택지지구 공동주택용지에 때 봄바람이 불고 있다. 주택 거래 및 분양이 활기띠자 건설사와 부동산 시행업체들이 주택의 원자재에 해당하는 땅을 앞다퉈 사모으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이후 너도나도 건설사들이 LH로부터 샀던 땅을 계약금을 날리고 계약을 해지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27일 LH에 따르면 그동안 장기 미매각 용지로 남았던 수도권 택지지구내 공동주택용지가 최근 잇따라 팔려 나가고 있다.
지난 26일 경기 용인 서천지구 공동주택용지 5블록 수의계약에는 19개 건설사들이 몰렸다.
용인은 대표적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던 곳이다. 이곳에선 주택경기 침체로 인해 오랫동안 아파트 용지가 팔리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에 LH가 내놓은 5블록은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주택을 짓는 땅이라 인기가 더욱 없었다.
하지만 최근 주택시장에 부는 봄바람에 LH의 고민이 단번에 해결됐다. 다른 중·대형 건설사를 물리치고 현대엠코가 이 땅을 사간 것이다. 서천지구에서는 앞서 이달 중순 실수요자택지 106필지도 일괄 매매예약 됐다.
공급 과잉 우려가 있는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땅도 팔리고 있다. LH가 최근 경쟁입찰에 부친 동탄2신도시 시범지구 주상복합용지(C-15블록)는 부동산 시행사가 낙아챘다.
이 땅은 가격이 1234억원에 달해 장기 미분양될 것으로 LH가 우려했던 곳. 더욱이 주택경기가 침체된 후 주상복합을 지을 수 있는 토지의 인기가 크게 떨어져 미분양 우려가 컸다.
분양 공고를 낸 지 4년이 다돼가는 장기 미매각 토지도 팔려 나가고 있다. 경기 광명 광명역세권지구내 주상복합용지 3개 필지는 지난해 11월 주인을 찾았다. 첫 분양공고를 낸 2010년 이후 3년 만이다. 이후 올해 2월까지 4개월 사이에 나머지 2개 필지도 전부 팔렸다. 대우건설(783억원)과 호반건설(1790억원), 그리고 부동산 시행사인 (주)화이트코리아(1004억원)가 각각 사들였다.
지난해 연말 팔렸던 일부 아파트 용지는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우미건설이 땅을 산 강원 강릉시 유천지구 공동주택용지는 경쟁사가 121곳이 몰려 12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11월 경기 평택 소사벌지구 공동주택용지는 15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LH 관계자는 "위례신도시와 같은 올해 매각 예정인 곳 중 이른바 유망지역에는 택지 매각 경쟁률이 수백대 1을 넘어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택지지구 아파트용지가 팔리고 있는 것은 건설업계에서도 올해 이후 주택 분양시장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반증으로 꼽힌다. 대형 주택 건설사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회원사들이 주택 분양계획을 늘려잡으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빠른 분양을 위해 LH가 조성한지 오래된 택지지구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H 장기 미매각 토지는 땅값 납부조건을 업체에 유리하게 해주는데다 매입후 곧바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어 오히려 건설사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게 주택협회의 설명이다.
LH도 '오래 묵은' 택지를 팔 수 있어 고무된 분위기다. 장기 미매각 토지를 팔면 LH 이재영 사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재무 구조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LH 관계자는 "이재영 사장 취임 이후 지난해 9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전사적 판매촉진'으로 30조원 어치 미매각 토지를 팔았다"며 "주택시장 온기에 힘입어 토지 판매가 늘어나면 회사의 재무상황도 더 좋아지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