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함지현 기자] 기초단체 선거 무공천을 선언한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당창당의 도화선이 된 무공천 방침이라도 뒤집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투표용지에서 기호 2번이 사라지면서 기초선거에 나선 새정치연합측 출마자를 구분해 내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은 공천을 통해 단일 후보를 내는 반면 새정치연합의 후보는 무소속 후보와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표가 분산되고 무효표가 증가하면서 새누리당이 기초의회를 싹쓸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당초 이런 문제점은 기초공천제 폐지 문제를 놓고 여야 간 공방전을 벌일 때 이미 제기됐던 것들이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세력 간 통합 당시 '명분'으로 작용할 때에도 예견됐던 일이었다. 그렇지만 차마 대세를 거스를 수 없어 참았던 목소리가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점차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 창당준비위원장 <사진=김학선 기자> |
김 예비후보는 "통합신당이 공약을 지키느라 공천하지 않는 틈을 이용해 새누리당은 한 선거구에 여러 명의 후보를 공천해서 시의회를 완전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제1 야당이 기호 2번을 포기한 채 후보난립을 제어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민심을 내팽개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한길·안철수 두 지도자가 이 문제에 대해 기적 같은 방안을 제시해줄 것을 믿고 기다리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 될 수도 있다"며 "통합신당에 희망을 걸고 있는 많은 국민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민주개혁 정당이 되기 위한 후보 연석회의에 세 후보들께서 흔쾌히 동참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적지 않게 터져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수도권 의원은 "투표하는 유권자는 투표용지에서 정당을 보고 찍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정당명이 기재가 안 되는 상태에서는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 걱정이 많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원도 "기초단체 무공천 공약을 저버린 새누리당 오히려 이득을 보는 것을 용납하고 멍하게 바라보기만 하는 것은 무기력하고 무능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며 "약속을 지켰으면 그것을 내세워서 표를 얻어야 할 텐데 약속을 지키는 것보다 너무 많이 나가서 권리와 선거를 포기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더 나가 무공천 방침을 일부 뒤집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문용식 전 민주당 인터넷소통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소한 영호남을 제외하고 수도권에서는 공천하는 방법을 찾아 야당 지지자들에게 기호 2번의 선택권을 되돌려주자"며 "공당으로서 너무나도 어려운 결정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새누리당에게 지방권력을 송두리째 헌납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에서는 시민단체를 앞세워 후보 단일화도 시도해보고 당이 추천하는 후보임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는 등 최대한 지혜를 짜낼 것이지만 그걸로는 결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기초단체 무공천 결정의 번복을 심각하게 고민해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초선거 무공천 입장이 뒤집힐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이미 이번 지방선거를 '약속을 지키는 세력' 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세력' 간 대결로 규정지었고, 그 중심에 기초선거 공천 폐지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양 세력 간 통합의 근원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민주당측 관계자는 "지금 와서 입장을 뒤집는다면 그 혼란은 누가 어떻게 수습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새정치연합은 자신들이 추천하는 후보와 다른 무소속 후보 간 차별화를 어떤 식으로 해나갈지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은 정당이 그 지역에 나온 무소속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지원할 경우 그 무소속 후보자는 이런 사실을 알릴 수 있어 다양한 차별화 전략이 가능하다. 하지만 당초 '무공천'의 취지와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구체적인 방안 마련은 창당작업 이후에 이뤄질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답답한 마음은 알지만 일의 순서가 있기 때문에 창당작업이 완료되면 후보를 어떻게 지원할지 등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