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실리콘 밸리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이 종횡무진(縱橫無盡)이다. 상대적으로 보유 현금도 풍부하고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 개발에 들이는 품이 M&A를 통해 줄어들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가속 페달을 가장 세게 밟기론 페이스북이 제일이다. 지난달 190억달러를 들여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업체 왓츠앱(WhatsApp)을 사들이기로 한데 이어 25일(현지시간)엔 가상현실(VR) 기기 업체 오큘러스 VR(Oculus VR)를 20억달러에 품기로 했다.
그런데 왓츠앱 인수에 비춰볼 때 사들인 이유가 단번에 설명되진 않는다. 오히려 착용가능한 이른바 '웨어러블 기기(werable device)'에 공을 들이고 있는 구글이나 삼성전자가 인수하기로 했다면 금세 이해될 수 있었을 것 같다. 페이스북은 왜, 무엇을 하려고 오큘러스를 샀을까.
◇ 오큘러스는 어떤 업체
올해 21세로 가상현실 업체 오큘러스VR을 공동 창업한 팔머 러키.(출처=오큘러스 VR) |
그는 이미 고등학생일 때부터 가상현실과 비디오 게임에 빠져 있었던 수재로 대학 재학 중에 오큘러스의 첫 시제품을 만들었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나의 게임 환경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이 사업과 연구 개발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고도 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받을 수 있는 킥스타터에서 첫 제품 개발을 위해 240만달러 이상을 지원받았으며, 실리콘 밸리의 저명 투자자 마크 안드레센이 이끄는 벤처 캐피탈 안드레센 호로위츠에서 작년 말 7500만달러를 투자받으며 이름이 더 알려졌다.
그러나 불과 2년도 안 된 이 업체의 몸값은 무려 20억달러. 우리 돈으로 2조5000억달러로 쳐졌다. 페이스북은 현금으로 4억달러를 지불하고 나머지는 페이스북 주식 2310만주를 주기로 했다. 이날 종가(64.89달러)로 치면 주식 가치는 15억달러다. 3억달러는 차후에 정산키로 했다.
판매하고 있는 제품으로는 '오큘러스 리프트 고글'이 있는데 비디오 게임 개발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것. 고글은 고글이지만 안경이라기보다는 작은 콘솔에 가까운 것을 머리에 쓰고(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로 불린다) 가상현실을 경험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일반인용 제품은 올해 안에 출시될 예정이다.
◇ 페이스북 "가상현실은 내일의 플랫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몇 개월 전 저커버그와 페이스북 경영진들이 오큘러스를 직접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두 업체가 어떻게 함께 일할 수 있을 지를 논의했다. 양사는 "좀 더 개방적이며 더 연결된 세계를 만들어 보자"는데 의기투합했고 이것을 위한 다음 단계가 가상현실이라는데 뜻을 같이 했다고 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통해 "모바일은 오늘날의 플랫폼이다"라면서 "이제 우리는 내일의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로 오큘러스 인수 의미를 설명했다.
저커버그 CEO는 또 "오큘러스는 최고의 소셜 플랫폼을 만들 기회를 줄 것이며 우리가 일하고 놀고 커뮤니케이션하는데 있어 변화를 일으켜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큘러스 인수는 미래의 컴퓨팅에 대한 장기적인 베팅"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지 집에 앉아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고글을 썼을 뿐인데 가장 앞 좌석에 앉아 게임을 하는 것처럼 즐기고, 전 세계 학생과 선생님들이 한 교실에서 공부할 수도 있고, 의사와 마치 면대면 진료를 받는 것처럼 원격진료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열렸던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한 사람이 오큘러스 VR의 제품을 착용하고 게임을 해 보고 있다.(출처=뉴욕타임스) |
포브스에 따르면 오큘러스의 CEO인 브렌단 이리브도 "페이스북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가상현실 플랫폼을 잘 활요할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했다"면서 "가상현실은 앞으로 연결돼 있는 사람간의 사회적 경험을 더 강화해주고 새로운 방식으로 이끌어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리브 CEO는 "가상현실은 매우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파괴성을 갖고 있는 기술이며, 전 세계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경험을 할 수 있께 해줄 것이다. 지금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글 글래스는 진정한 가상현실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