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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이주열 한은 총재, 정말 매일까

기사등록 : 2014-03-3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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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출신 프리미엄, 정책공조 '운신의 폭' 넓혀

[뉴스핌=김선엽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신임 총재의 취임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의 성향에 채권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총재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대체로 ‘중도성향의 매’다.

최근 한은의 경기인식과 통화정책이 매파 쪽에 가까웠던 만큼 한은맨인 그 역시 그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국내 증권사 채권 애널리스트 중 상당수는 적어도 연내 인하는 어려우며 빠르면 올해 내로 금리인상 사이클이 시작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과연 매일까.

◆ 청문회 서면답변서, '매'라고 보기 어려워

일부에선 그의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매파적 성향이 드러났다고 평가한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차기 총재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하지만 뜯어보면 금리인상을 조건부(conditional)로 언급한 전형적인 중앙은행식 화법이다.

그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일부(a few)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참석자가 조기 인상이 적절하다는 주장을 제기했으나 다른 참석자들은 현재 상황에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만약 미 연준의 정책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해외자본 유출 압력이 커질 경우 국내에서도 금리인상 필요성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미 연준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국내 정책금리 인상 역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청문회 들어서는 더욱 중도적 성향이 강했다는 평가다. 한 시장 참여자는 "‘좋은 게 좋은 것’이란 느낌이었다"고 묘사했다.

결국 청문회 답변만을 놓고 보면 적어도 정부와 각을 세우며 금리를 빠르게 올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물론 청문회라는 특수한 공간이 주는 제약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 독립성 ‘까방권’ 보유…정책공조 가능성 열려 있어

2008년 이성태 전임 총재가 기획재정부 인사들과 각을 세울 때도 당시 이 부총재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태도로 두 기관의 협력을 추진해 나간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와 수십 년을 함께 한은에서 보냈던 전직 한은맨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 총재가 강조하는 중앙은행 독립성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정부와 협조를 하며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실무적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오리지날 BOK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정부 쪽 인사들과의 협력에 있어 합리적이고 유연했다"고 회고했다.

특히 ‘한은맨’이라는 프리미엄은 오히려 정부와의 정책공조를 수월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독립성과 관련해 이 총재가 소위 까방권('까임 방지권'을 줄인 말. 병역이행 등 모범이 될 만한 행동을 했을 경우 미래의 과오를 어느 정도 용서해준다는 의미의 인터넷 속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선택을 해도 김중수 전임 총재 때와는 한은 안팎의 평가가 다를 수 있다.

앞선 전직 한은 직원은 "내부직원의 신망과 신뢰가 없으면 같은 일을 해도 설득이 어렵다"며 "이 총재가 한은에서 오랜 기간 일한 것을 기반으로 해, 실질적으로는 정부와의 관계 설정도 유연하게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매파적인 뉘앙스를 주면서 실제로는 정부정책에 협조하는 스탠스를 취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한 채권시장 참여자는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본다"며 "한은 내부 시선을 의식해 매파적으로 얘기할지 모르지만 실제 정책 선택은 다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 "물가 낮아도 금리 올려야"‥금융연의 보고서

이런 와중에 금융당국의 '복심(腹心)'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금융연구원이 금리인상 필요성을 제기해 눈길을 끈다.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9일 '지난 20년간의 통화정책 역사가 한국은행에 주는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물가목표 달성에만 전념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얼핏, 물가에 목매지 말고 경기회복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다.

최근 낮은 소비자물가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버블이나 가계대출 버블 등을 고려할 때 금리를 신속하게 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부동산 버블과 과도한 가계부채는 저금리가 너무 오랫동안 지속됐었기 때문"이라며 "2002년 이후 한은이 금리를 적절한 수준으로 서둘러 환원했더라면 가계대출은 현재보다 작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임 총재에 대한 기대와 함께 적절한 통화정책에 대한 갑론을박도 고조될 전망이다. 내일 열리는 제25대 한은 총재의 취임식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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