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연초 이후 위안화 상승에 베팅했다가 발생한 손실이 55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축통화 부상 여부를 떠나 위안화는 중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강한 기대와 달리 환율 방향은 물론이고 예측 가능성이 높은 통화라는 시장의 통념에 커다란 흠집이 생긴 셈이다.
(사진:신화/뉴시스) |
1일(현지시각) 모간 스탠리와 미국 예탁결제청산소에 따르면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입은 위안화 투자 손실이 연초 이후 20억달러에 달했다.
위안화 상승에 베팅한 개인 투자자들의 통화 옵션 거래 규모는 332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중국 기업들이 위안화 상승에 대비해 거래한 통화 선물거래에서 35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전체 거래 규모는 1500억달러를 기록, 위안화 강세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반영했다.
지난해까지 약 10년 가까이 위안화 가치는 상승 추이를 지속했다. 이 때문에 투기적 거래자들을 중심으로 외환시장의 트레이더들은 위안화 환율과 관련, 상승 일방향의 베팅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지만 정부의 부양책 카드가 소진되지 않았고, 글로벌 자금 유입이 지속되면서 통화 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중국 금융당국은 연초부터 이 같은 예상에 찬물을 끼얹었다. 자산 버블에 대한 우려로 위안화의 변동폭을 확대한 한편 ‘팔자’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1분기 위안화는 2.4% 하락했다. 이는 아시아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커다란 낙폭이다.
TCW 그룹의 데이비드 로빈저 애널리스트는 “올들어 중국 금융당국의 예상밖 외환 정책으로 인해 투기거래자들을 중심으로 외환시장 투자자들이 커다란 손실을 입었다”며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을 시장에 맡기되 상승 뿐 아니라 하락까지 포함한 양방향의 움직임을 원한다”고 전했다.
위안화의 약세 흐름은 2월 중순 이후 두드러졌고, 분기 손실폭은 1994년 데이터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대 기록을 세웠다.
달러/위안 환율은 지난 1월14일 6.0406위안을 기록, 위안화 가치가 20년래 최고치로 뛰었다. 하지만 3월21일 환율은 6.2370달러까지 치솟으며 위안화 가치를 1년래 최저치로 끌어내렸다.
중국의 경제지표 부진이 두드러진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으로 인한 유동성 위축 및 최근 연이은 기업 부도 사태를 감안할 때 투자자들 사이에 위안화 ‘팔자’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무질서한 위안화 매도 공세가 추가적인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투자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