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최주은 기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그룹 자회사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삼성그룹과 금융위원회 등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만 5년 안에 삼성전자 등의 자회사 주식 14조4000억원치를 처분해야 하는 데다 금융위원회 역시 이럴 경우의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정무위원회)은 보험회사의 자산운용비율 산정을 위한 기준가격을 현재 취득원가에서 재무제표 상의 가액(시가)으로 바꾸는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을 전날 발의했다.
보험법은 보험회사의 자산운용규제를 포함하고 있다. 보험회사의 자산은 보험계약자에 대한 책임준비금의 지급재원이 되기 때문에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자산운용 방법과 한도를 정하고 있는 것이다.
◆ 개정안 내용은=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회사가 자산을 운용할 때 대주주 및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 및 주식 소유의 합계액이 일반계정의 경우 자기자본의 100분의 60과 총자산의 100분의 3중에서 작은 쪽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의원 개정안의 핵심은 유가증권 보유분 계산에서 현재 기준인 취득원가를 시가기준로 바꾸는 것.
이 의원실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대주주 등이 발행한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한도는 일반회계기준으로 약 4조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 등의 유가증권 취득원가는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2조6000억원(1.71%)으로 문제가 없지만, 시가 기준으로는 19조1000억원(12.40%)에 이르러 기준 비율 3%를 훌쩍 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화재의 경우도 취득가액으로 하면 해당 지분이 3500억(0.81%)이지만, 시가로 하면 2조9000억(6.76%)에 이르러 3%를 넘긴다.
◆ 개정안 통과되면 어떻게 되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 등은 초과 보유분을 매년 초과합계액의 20% 이상을 해소하는 실행계획을 수립해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법 시행일로부터 5년 내 초과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만약 삼성생명 등이 실행계획을 이행하지 않으면, 금융위는 실행계획 미달성 유가증권 합계액의 2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문제는 삼성생명이 개정안에 따라 5년 안에 삼성전자 등의 자회사 주식 14조4000억원을 처분한다면,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은= 이 의원은 개정안 이유에 대해 "보험회사 보유 유가증권의 현재 가치를 자산운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자산운용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고 보험회사에 대한 자산운용규제가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저축은행이나 금융투자업자 등 다른 금융회사가 보유하는 주식 등은 시가 등을 기준으로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실은 법의 자산운용비율 초과분을 정리해야 하는 기간에 대해서는 논의 과정에서 탄력적으로 협의할 수 있지만, 논리상으로는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부칙의 '정리 기간'은 현행 규정 1년을 5년으로 늘린 것인데, 이것도 짧다면 심사 과정에서 늘릴 수 있다"면서도 "이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야 하는 것은 반대 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이에 대해 은행과 증권시장과 다른 보험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업은 은행이나 주식 시장과 다르다. 자산운용 측면에서도 1~2년과 같은 단기운용이 아닌 10~20년 장기로 진행하는데 타 업종과 똑같이 형평성을 맞추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취득당시 3%가 넘었다면 문제가 됐겠지만, 취득시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팔지않고 그대로 보유한 것을 시가가 올라서 주식을 팔아야 한다면 자산운용을 하는 데에도 문제가 수반된다"고 덧붙였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이종걸 의원의 지적에 타당성이 없지 않다"면서도 "보험은 장기 상품이라 취득하고 만기때까지 보유하는 경우가 많아 (현 규정은) 보험업권의 특수성이 반영된 측면도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충분히 감안될 수 있도록 협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정무위 간사인 김용태 의원실 관계자는 "하반기 원구성이 되고 나서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법안 내용의 안을 정식으로 보지 못해 뭐라고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앞의 의원실 관계자는 향후 법안 심사 및 통과 전망과 관련 "이는 논리의 싸움이 아니라 삼성이라는 경제권력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법안을 반대하면 취득원가를 내버려 두자는 것으로 삼성에만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