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쌀 시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다면 다음 문제는 어느 정도의 관세율을 적용할 것인가이다. 높은 관세율을 적용해야 국내산 쌀과 농민들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높은 관세율을 적용할 수도 없다. WTO 회원국들이 받아들여야 무역분쟁을 피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WTO 회원국들이 수긍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자료와 논리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수입하는 의무수입물량(연간 40만8700톤) 쌀에는 5%의 낮은 관세가 붙지만 추가물량에 대해선 이렇게 정해진 관세를 적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데이터를 토대로 예상 관세율을 300%~500% 수준으로 관측하고 있다.
◆ 관세율 산정 어떻게 할까
WTO 농업협정 규정(부속서5의 첨부1항)에 따르면 관세상당치는 1986~1988년 당시 실제 수입 쌀가격과 국내 도매가격의 차이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여기서 UR협상 감축분인 10%를 차감해 관세율을 최종 확정한다.
공식은 간단하지만 어떤 데이터(국제가격과 국내가격)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관세율은 엄청나게 달라진다. 결국 WTO 검증을 통과할 수 있는 데이터 산출이 핵심이다.
우선 우리나라는 1986~1988년 당시 수입 쌀가격을 산정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당시 쌀은 수입금지품목이고, 정부 허가를 받은 수출용 원자재나 실험 연구용 등만이 예외로 수입할 수 있었다. 이런 경우 국제가격은 인접국가의 평균 쌀 수입가 혹은 주요 쌀 수출국들의 수출가격에 운임과 보험료 등의 비용을 합산해 추산할 수 있다.
국내 도매가격은 한국은행 도매가격 조사자료와 농산물유통공사 가격자료가 있어 이를 선택해 활용하면 된다. 다만 쌀 종류별, 등급별, 조사기관별로 천차만별이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김경미 농림부 농업통상과장은 "쌀 중에서도 상중하 등 등급별로 가격이 다양하고 어떤 것을 활용하느냐 등 메트릭스가 굉장히 복잡하다"며 "정부가 지금 쌀 관세화 대응과 관련 하는 일 중 가장 어렵고 복잡한 게 관세율 산정"이라고 전했다.
김 과장은 이어 "국내 국제가격 산정시 어떤 근거자료를 적용할 지에 대해선 협상전략 노출 우려로 인해 지금 밝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근 연구용역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한 GS&J 인스티튜트에선 수입가격은 80년대 당시 중국의 실제 수입가격 자료를, 국내 도매가격은 농산물유통공사의 통계자료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 관세율의 또 다른 잣대 '종량-종가세'
관세율을 산정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기준 하나가 종량세와 종가세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관세율 차이가 커진다.
종량세는 수량에 세금을 매기고 종가세는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우리는 관세화를 결정하게 되면 종가세를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86~88년 당시 국제 쌀가격을 기준으로 봤을때 이후 국제 쌀값이 크게 올라 종가세를 적용하는 것이 우리 쌀 시장 보호에 유리하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향후 국제 쌀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예컨대 현재 국산 쌀가격을 1kg당 2000원, 수입 쌀가격을 1000원로 가정했을때 수입가격이 50% 오른 1500원이 될 경우 종가세를 적용하면 수입가격은 3000원이 되지만 종량세를 적용하면 2500원이 된다. 결국 국제 곡물가가 오를수록 종가세를 적용한 관세율이 높아 국내 쌀산업을 보호하는 효과가 높아진다.
그간의 글로벌 트렌드는 종량세였다. 지난 1999년 쌀 관세화를 시작한 일본도 종량세를 적용해 1000% 넘는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었다.
일본이 종량세를 택한 것은 당시 국제 쌀가격이 불안해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봤기 때문인데 내부적으로는 중국 등에서 들어오는 값싼 쌀을 막기위한 조치였던 측면도 있었다.
또 당시 1000%가 넘는 관세율을 적용하다보니 미국 등 쌀 수출국들의 눈치를 봐야했고 이에 단위가격에 관세를 적용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게 농림부와 통상관련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하지만 이후 국제 곡물가가 2배 이상 급등하면서 현재 일본의 수입쌀 관세율은 500%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 예상 관세율 300~500%
전문가들의 예상 관세율은 300~500% 수준이다.
최근 GS&J 인스티튜트가 분석한 '쌀 관세화 이후의 쌀 산업전망과 양정개선' 보고서에 따르면 관세화시 부과될 쌀 관세는 510% 수준으로 예상됐다.
농산물유통공사의 국산쌀 도매가격과 중국의 수입가격을 적용해 560% 수준의 관세상당치가 나왔고 여기서 UR 협정문의 개도국 10% 감세를 적용해 510%가 도출됐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앞서 쌀 관세화 논쟁이 한창이던 2004년에도 학계에서 내놓은 관세율 예상치들이 다소 있다. 한두봉 고려대 교수는 440~~688%, 김배성 제주대 교수는 447%,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는 426~502% 수준의 관세율을 추정한 바 있다.
결국 최근 세간에서 언급되는 300~500% 수준의 관세율 추정치들은 이렇게 계산된 관세율에다 10% 감세를 적용해 나온 수치들이다.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은 "관세상당치는 86~88년 국내외 쌀가격을 기준으로 검증이 가능한 통계를 활용하기 때문에 과거나 지금이나 산출된 결과가 크게 변동이 없을 것"이라며 "다만 검증할 만한 새로운 통계가 나올 경우 수치는 조금 달라질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및 수입쌀 가격차이 변화 추이. 국내산은 각 월별 산지가격 최저치를, 수입쌀은 최고치를 기준으로 함. GS&J 인스티튜트 제공> |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