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 이후 창조금융에 이어 '통일금융'을 받아든 금융권의 고민이 금융공기업에 이어 시중은행권에서도 시작됐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21일 A은행 관계자는 "통일금융 언급이 나오고 나서 상품개발 담당자가 독일에 어떤 관련 상품이 있었는지 살펴봤는데,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며 "그 정도로 지금 통일금융 관련 상품이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공기업을 제외하고 시중은행에서 공식적으로 통일금융 상품에 대한 두루뭉술한 계획이라도 내놓은 곳은 우리은행밖에 없다.
우리은행은 관계자는 "정부 정책과 연계하되 민간참여형 통일금융상품으로 우대금리와 포인트 중 일부를 대북지원 사업을 위해 통일부 지정 민간기부단체에 자동기부하는 방식의 상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중에 관련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상품 출시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디테일한 것은 가시화된 것이 없고, 전략차원과 상품개발 차원에서 검토는 하고 있다"면서도 "그냥 예의 주시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큰 그림이 나와야 세부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데, 아직 큰 그림이 나온 게 없다"며 "OO은행이 검토 중이라고 하면 부담이 되니 이름은 빼달라"고 덧붙였다. 큰 가닥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치고나가는 데 대한 부담감이다.
정부의 코드 맞추기에 적극적인 금융공기업에서도 통일금융에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까지만 해도 박근혜정부 금융정책의 핵심이던 창조금융이 통일금융에 묻히면서 사그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창조금융에 대한 언급이 작년에 비해 싹 사라졌고, 그 자리를 통일금융이 대신하고 있다"며 "대통령 언급 한마디 때문에 금융기조가 너무 휘둘리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한 접근이 필요한 창조금융에 대한 관심이 통일금융이 대두면서 시들해질까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젠다 세팅(의제설정) 측면에서 통일금융이 창조금융을 밀어내는 것 같이 보일 수 있지만, 창조금융은 계속해서 하는 것"이라고 일각의 우려의 일축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금융은 리스크를 고려할 수밖에 없기에 신중하고 통일 이전, 통일 과정, 통일 이후 등 단계별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 경제사항이나 여건을 모르는 사항에서 '우리식' 전략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며 "북한 현황 파악부터가 필요하고 핵심은 북한의 개발금융, 기업금융에 대한 준비"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