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정권과 신흥경제국인 브릭스(BRICS) 5개국 간의 관계가 어긋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등 5대 신흥경제국과 미국과의 관계가 과거의 우호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마찰 양상으로까지 악화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美, 인도·중국·러시아 등과 관계 소원<출처: 폴리시포럼TZ>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당시 브릭스 5개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위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것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지난달 유엔에서 열린 러시아 크림합병 비난 결의안 투표에서 BRICS 국가들은 사실상 모두 기권했다. 당시 브릭스에 포함된 유엔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를 제외하면 4개국 모두가 기권한 것이다.
인도에서 최근 당선이 유력시되는 나렌드라 모디 차기총리 후보자는 "유엔총회에는 참석하겠지만 미국을 방문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과는 밀접한 관계를 가진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가 이런 상황이라면 오바마는 사실상 브릭스에서 인심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다.
집권 초기 오바마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임 러시아 대통령의 방문을 환대하면서 미국과 러시아 관계의 재설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 상황은 정반대로 악화됐다.
중국과의 관계도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과는 기후 변화 문제에서 금융위기 처리 문제까지 다양한 이슈들을 해결하기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형성하려 했다.
하지만 중국은 내부 상황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오바마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주 일본과 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4개국 순방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3개국은 미국의 동맹국가들이다.
오바마의 이번 아시아 방문에 중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최근 중국이 보이는 반미적 태도는 오바마에게는 가장 어려운 숙제가 되고 있다.
◆ 오바마, 브라질과 도청문제로 관계 냉각
브라질의 경우도 문제가 심각하다. 오바마는 지난 2009년 주요 중남미 국가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도 참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에드워드 스노든의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 기밀 누설로 인해 브라질과 미국의 관계는 크게 악화됐다.
디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의 스파이 활동에 항의, 지난해 10월 공식 방문을 취소한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NSA가 다시 도청을 하지못하게 하겠다고 공약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그의 약속은 미국 내에만 해당되고 외국인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었다.
미국과 브라질의 관계는 크게 냉각됐다.
브릭스 국가 가운데 남아프리카공화국과는 간신히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남아공은 최근 러시아의 크림 합병 문제에서 기권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비판 결의문 채택을 거부했다.
그런데 정작 남아공의 선택에 그다지 놀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 美 국방예산 매년 축소…국민들 대외정책 무관심
그 이유는 뭘까. 미국은 여전히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국방예산 규모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중국의 국방 예산은 두자릿수대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실질적으로 예산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지난 2003년 이라크 침공은 큰 오산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국방 예산 규모라면 이라크 침공은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에 대해 탐탁치 않게 생각하거나 관점을 수정해 미국의 해외 군사력 확장에 대해 점점 내키지 않아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인들도 글로벌 각 지역 이슈에 대한 미국의 책임과 행동에 대해 점차 피곤하게 느끼고 있다.
즉 오바마 정권은 국내에서의 비판적인 여론의 눈길을 돌리기 위해 해외로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를 통해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공고히 다지려고 하지만 그보다는 먼저 미국 내부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TV시청률을 바탕으로 본다면 오바마의 말에 미국인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브릭스 각국이 미국과 무관하게 자기들끼리의 논의를 하고 있는 것도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라고 FT는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