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아마존에서 팔지 않는 건 거의 없다. 책에서 시작해 전자기기까지 제작해 판매하더니 이제 음악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안 파는 것이 별로 없다. 막대처럼 생긴 기기에 말로 주문하거나 제품의 바코드를 찍으면 바로 신선식품을 배달시킬 수 있는 '아마존 대시'의 발표도 최근 있었다.
온라인 판매의 생명은 배송. 자포스 인수 등을 통해 배송망을 갖추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최근 무인기(드론)을 통한 배송 서비스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이번엔 아예 자체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페덱스나 UPS처럼 자체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마존은 '온라인 상거래 업체'에서 '풀 서비스를 하는 유통 물류업체'로 도약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배송해 주는 아마존 프레시에 쓰이는 트럭들.(출처=월스트리트저널) |
만약 아마존이 자체 배송을 실시하게 되면 이걸 다수 맡고 있던 페덱스나 UPS, 미 우체국(United States Postal Service)이나 '숙적' 월마트와 이베이, 구글 등도 긴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허핑턴포스트) |
아마존이 배송 네트워크를 집결시킬 장소로 보고 있는 곳은 샌프란시스코 베이에 있는 인공섬 트레저 아일랜드. 이 곳 땅을 빌려 트레일러나 배송 트럭들을 집결하고, 출퇴근 시간대를 피한 늦은 저녁이나 이른 아침 샌프란시스코쪽 배송을 하려는 계획. 인공섬 거주자들은 소수이고 이 시간대를 이용하면 큰 불만은 갖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인력채용 시 배송과 관련한 야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웹 사이트엔 이런 문구가 포스팅돼 있었다. "아마존은 우리 화물의 대부분을 배송하고 있는 UPS나 페덱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아마존은 미국 내 자체 배송 네트워크 가동에 앞서 영국에서 시범 사업을 벌였다. 이달 초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보면 "우리는 영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배송 네트워크를 갖췄으며 더 많은 일(invention)이 벌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브 클락 부사장 역시 지난해 11월 "아마존은 영국 런던에서 일요일엔 자체 트럭을 통해 배송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WSJ는 이런 움직임은 최근 샌프란시스코 캔들스탁 공원 인근에 '아마존 프레시(아마존의 당일배송 신선식품 판매 브랜드)' 마크를 단 트럭과 트레일러들이 오가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아마존은 완전히 물품 배송을 자체적으로 소화하려고 하는 것일까.
샌포드 C. 번스타인의 분석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해 미국 내에서만 6억800만건의 배송을 했다. 우체국이 35%, UPS가 30%, 지역 배송업체들이 18%, 페덱스가 약 17%를 담당했다. WSJ는 아마도 아마존은 배송을 온전히 자체적으로 하겠다기보다는 더 싼 가격에, 그리고 지역적으로 탄력있게 배송하는데 자체 배송을 특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에선 아마존의 의도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으나 1907년 설립, 한 세기에 이르는 기간동안 배송만을 해 온 UPS나 페덱스 등의 노하우나 효율을 따라잡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보고 있다.
스티븐스의 애널리스트 잭 앳킨스는 "아마존 배송을 통해 얻는 매출은 UPS나 페덱스로선 1% 정도의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두 업체에 줄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