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과 일본을 포함해 선진국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예측 모델이 제기능을 상실했다는 주장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 늪으로 빠져들었던 최근 몇 년 사이 일본은행(BOJ)의 예측 모델은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최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정책자들의 예상대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언급, 모델 오작동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사진:AP/뉴시스) |
인플레이션의 예측이 빗나갈 경우 통화정책 방향에 커다란 혼선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책자들과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사실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전망이 빗나간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지적이다.
디플레이션이 일본 경제를 강타했던 1989~2012년 장기간에 걸쳐 일본은행의 물가 전망은 엇박자를 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일본은행의 인플레이션 예측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98~2012년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연율 기준 평균 0.2% 하락했으나 예측 모델은 0.2% 오르는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 역시 금융위기 이후 줄곧 지극히 저조한 인플레이션 향방을 정확히 예측해 내지 못했다.
선물옵션 시장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내년 9월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옐런 의장은 지난 16일 이코노믹 클럽의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0%에 이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제로 금리가 장기화돌 것”이라고 말했다.
전미경제조사국의 데이비드 로머 이사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종잡을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실업률이 두 배 이상 상승해 10%를 웃돌았던 2009년 10월 예측 모델은 미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져드는 것으로 전망했으나 맞아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제 자문관을 지낸 버클리 대학의 크리스티나 로머 경제학 교수 역시 “최근 인플레이션의 향방을 누구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연준 정책자들은 물론이고, 주요 투자은행(IB)이 일제히 인플레이션 상승을 예상하고 있지만 실상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7% 선에서 등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의 찰스 플로서 총재는 최근 런던에서 가진 연설에서 “연준이 금융위기 이후 천문학적인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한 점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여지가 높다”면서도 “통화정책 결정을 내리는 데 특정 경제 모델에 의존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