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영훈 기자] 신탁상품이 중국 금융 리스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만기에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부유층 투자자들이 판매자인 젠서은행(建設 건설은행) 베이징본점 앞에 모여 최근 집단 시위를 벌였다.
부유층이 단체 항의에 나선 것은 중국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여기에다 다음달 중국에서 신탁상품 만기가 대거 도래할 것으로 알려져 만약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금융리스크 뿐만 아니라 항의사태로 인한 사회 불안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0일 차이징왕(財經網)에 따르면 지난 28일 베이징 금융 중심가에 위치한 젠서은행 본사 앞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젠서은행의 VIP 고객들이다.
시위에 참가한 한 투자자는 “수백만위안(수억원)을 투자해 젠서은행이 판매한 신탁상품을 샀다”면서 “젠서은행을 신뢰하기 때문에 이 상품을 샀고, 판매 당시 젠서은행은 손실 우려가 전혀 없는 고수익 상품”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투자한 상품은 지린(吉林)신탁이 만든 것으로 지난 2월 2억8900만위안 규모 신탁상품의 만기가 돌아왔지만 지린신탁은 고객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해 채무 불이행사태를 낳았다. 이 상품은 연 이율 9.8%로 젠서은행을 통해 2012년 2월부터 부유층에게 판매됐다.
문제는 이 같은 신탁 산업이 최근 몇 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한 가운데 경기 둔화로 부채 부담을 겪는 많은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해 파산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신탁은 보통 개인이나 기업, 은행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주식이나 채권, 혹은 원자재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은행은 개인 고객들에게 자산관리상품(WMP)을 팔아 자금을 모집해 신탁에 투자한다.
최근 몇 년간 이 같은 신탁 산업은 중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다음달에 신탁상품의 만기가 대거 포진한 것으로 알려지며 금융위기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5월부터 9월까지 매달 3000억위안이 넘는 신탁상품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외신들은 장부상 드러나지 않은 만기 연장 신탁 규모를 알 수 없는 데다 은행들의 신탁 상품 위험노출액도 불분명해 더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젠서은행은 중국은행 공상은행 교통은행과 함께 중국의 4대 국유상업은행으로 불리는 대형 은행기관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사한 사태가 다른 국유상업은행들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