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지유 기자] 왜 국회는 소를 잃어야만 외양간을 고칠까.
참혹한 세월호 참사로 법의 부실과 구멍난 국민안전의 민낯이 다 드러난 뒤에야 국회의원들이 부랴부랴 외양간 수리에 나섰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열고 참사 이전에 발의돼 서랍 속에서 잠자던 ▲ 해사안전법 ▲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법 ▲ 자연재해대책법 ▲ 재해구호법 등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들은 세월호 참사 이전 짧게는 넉 달여, 길게는 1년2개월전에 발의된 것들이다.
'해사안전법'은 해사안전 우수사업자 지정 및 해사안전감독관 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월 농림해양수산식품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가 133일만에 처리됐다. 해사안전감독관은 해양사고 사전예방·관리를 담당한다. 법안이 진작에 처리돼 세월호에도 적용됐다면 사전예방 및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졌을 수도 있다.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법'은 161일만에 통과됐다. 학교에서 수련활동을 실시할 때 학교장이 직접 안전점검 등에 나서는 것을 의무화했다. 지난해 11월 해병대캠프 훈련생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지만 세월호 참사로 더 많은 목숨을 잃은 후에야 통과됐다.
'자연재해대책법'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이 자체 피해조사를 실시하는 등 재해지도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법 또한 421일 만에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재해구호법'은 재난 발생 시 구호 정보체계 구축의 근거가 되는 법안이며 239일만에 통과됐다.
이외에도 ▲ 선박의 입항 및 출항에 관한 법률안 ▲ 항로표지법 개정안 등은 지난 28일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통과,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앞서 여야 원내지도부는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해당 법안들의 신속한 처리에 합의한 바 있다.
이들 법안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 법안으로 꼽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준에 끝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발의된 후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법 질서를 바로세웠다면 간접적이나마 사고 예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일명 '세월호 방지법안' 발의가 봇물이 터지 듯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부터 1일까지 총 22개에 달한다. 앞으로도 더 나올 전망이다. 발의·계류돼 있는 법안으로는 ▲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 선원법 일부개정법률안 ▲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 선박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 ▲ 해운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다.
문제는 이같은 국회의 행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지자 국회에서는 '시설물 안전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건축물 안전점검 문제가 거론된 데에 따른 것이다.
그로부터 일년 후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에는 부랴부랴 '재난관리법'이 처음 만들어졌다.
지난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사고 때에는 건축물 관련법을 개정하자는 여론이 들썩이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요한 것은 참사가 계속 반복돼 왔다는 것"이라며 "뒷북을 쳐도 제대로만 치면 그 이후의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꾸준히 관심을 갖지 못하고 (법안 발의와 관련해) 생색내기에서 끝나는 것"이라며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실효성 있고 중요한 법안을 제출했느냐를 시민단체 등에서 평가를 해야 하고, 생색내기에 그쳤다면 유권자들이 그러한 의원들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