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창조금융은 파생금융에서 나올 수 있다.” 한국파생상품학회장을 맡고 있는 전상경(사진)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에게 파생시장을 어떻게 살릴까를 물었더니 의외로 해법이 간단했다. 파생시장을 투기판으로 보는 인식을 전환해 혁신적인 기능을 인정하자고 했다.
뉴스핌은 지난 1일 전 교수를 한양대 경영대학 사무실에서 만났다. 파생금융이 창조금융의 시발점이라는 그 주장의 배경은 이랬다.
전 교수는 무엇보다 파생을 지나치게 위험하다고 보는 금융당국의 시각을 지적하며 “미국처럼 선진국은 모험자본이 대단히 활발하게 활동한다실리콘 밸리는 위험을 감수하는 민간 투자자본이 활발한데 우리나라는 정부가 자본 조달을 담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니 자본시장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아래는 전 교수와 일문일답.
- 파생이 창조금융 역할을 한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데.
▲지금처럼 주식, 채권 등 자본시장이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황에서는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고 그에 따른 위험감수를 해야 하는데, 파생금융 만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당국자와 국민연금 등 연기금 최고책임자는 파생을 잘 모르고 새로운 금융환경에 대해 겁을 먹고 있다.
- 2011년부터 파생시장을 규제한 이유는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너무 커 이를 막기 위해서였는데, 이를 나쁘다고 할 수 없지 않나.
▲정부로서는 개인 손실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방식이 잘못됐는데, 피해가 있으니 개인투자자에 대한 문턱을 높이자는 식은 문제다. 또 논리적으로 보면 현물시장과 파생시장은 서로 다르지 않은데 한 쪽만 규제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 코스피200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은 현물시장에서 손실에 대비한 헤지(위험회피) 기능을 해서 파생과 주식은 서로 떼놓을 수 없다.
- 금융당국의 규제로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줄어든 것은 사실 아닌가.
▲ 2011년 대비 코스피200 선물옵션 거래대금은 4분 1로 줄어든 반면 개인 투자자 비중은 약간 감소하는 데 그쳤고 파생과 같이 움직이는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이 40%(2년 전 대비) 감소하는 동안 개인 비중도 50%대로 감소한 것을 보면 자본시장 전체적인 위축에 따른 개인 비중 감소로 봐야지 규제 효과로 보기 어렵다.
-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풀자는 의미 같은데.
▲옵션승수부터 대폭 완화해야 한다. 유동성이 줄어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데 시장에서 흔히 하는 말처럼 싸움은 말리고 거래는 키워야 한다. 금융당국은 2011년 12월 개인투자자의 파생시장 접근을 억제하기 위해 옵션 승수를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5배 인상하면서 최소 거래단위가 1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라, 상품 거래가 크게 위축됐다. 거래단위가 급격하게 오르자 거래비용이 늘고 유동성이 줄어든 것이다. 유동성공급자(LP)호가 규제도 과도하다. 상품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시장이라면 시장참여자가 떠날 수밖에 없다. 옵션에 디폴트(채무불이행) 담보용 증거금이 왜 필요한가. 증권사 등 LP의 호가를 ELW 가격의 8%~15% 차이로 주문하도록 규제함으로써 투자자는 손실을 안고 거래를 시작하는 이상한 구조가 됐다. 또 옵션 매수자는 추가로 이행할 채무가 없는데도 담보 성격의 기본예탁금을 예치해야 한다.
- 파생 거래로 얻은 소득에 양도차익과세를 하자는 국회의 움직임이 있는데 어떻게 보나.
▲ (자본시장이 침체인)민감한 시장 상황에서 세금을 논의하는 게 부적절하다. 자본이득세로 걷는 세금은 수백억원으로 증시 침체로 주식거래세가 1조원이 줄어든 것에 비하면 너무 미미하다(자본시장을 활성화해 세금을 더 걷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것).
- 금융투자업계가 TF(특별팀)를 통해 규제 개혁 의견을 제시했는데, 금융당국은 ELW 규제 등은 완화해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 자본시장은 글로벌화 돼 완벽한 대체시장이 존재한다. 외국 자본은 중장기 계획에서 한국보다 중국, 일본에 더 많은 투자자산을 배분한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의 규제는 글로벌 투자자로 하여금 한국 공무원은 파생을 싫어한다는 인식을 줄 것이고 한국 투자는 축소하는 장기 전략을 짤 수 있다. 이런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