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8일(현지시각) 유로화 강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6월 대응에 나설 뜻을 내비쳐 금융시장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유로존 경제 회복을 위해 필요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립 서비스’ 이외에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는 원성을 샀던 드라기 총재가 부양책의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
투자자들 사이에 내달 ECB가 부양책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외환과 국채를 중심으로 금융시장이 크게 들썩였다.
이날 통화정책에서 기준금리를 0.25%로 동결한 드라기 총재는 유로화 강세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존 경제가 완만한 회복을 이어가고 있지만 유로화가 강한 상승 흐름을 타면서 수입 물가를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연이어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경고하며 ECB에 정책 대응에 나설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드라기 총재는 “정책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지나치게 장기화된 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 회의 때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 결정을 내리기 앞서 물가 지표를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발언에 따라 최근 달러화에 대해 2개월래 최고치로 올랐던 유로화가 하락 압박을 받았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는 장중 1.385달러까지 가파르게 내리꽂혔다. 유로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0.6% 하락하며 140엔 선으로 떨어졌다.
최근 6개월 사이 4% 급등하며 글로벌 주요 통화 가운데 두각을 나타냈던 유로화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유로존 국채시장도 들썩였다. 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주변국을 중심으로 국채가 강세를 연출할 것.
장중 스페인과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각각 9bp 급락했고, 독일 10년물 수익률 역시 3bp 내린 1.45%로 약 1년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노무라의 닉 매튜 이코노미스트는 “드라기 총재가 구체적인 부양책 시기를 언급하는 등 정책 투명성을 크게 높였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며 “내달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각각 10bp 인하하는 등 ECB가 최대한 비둘기파에 기운 행보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이코노미스트는 내달 회의에서 ECB 정책자들이 인플레이션 예상치도 하향 조정할 여지가 높다고 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