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KB국민은행에서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이사회와 상임감사위원간의 갈등이 불거져 금융감독당국이 특별검사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20일 국민은행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병기 상임감사는 지난 19일 최근 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금융감독원에 이를 보고했고 금감원은 같은날 7명의 검사역을 이 은행에 투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어제 이미 7명의 검사역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은행 이사회는 지난 4월 전산시스템을 기존 IBM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시스템 전환은 비용문제와 호환문제 등을 고려한 결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전산시스템 교체를 하기 위한 TF를 2012년에 구성해 얘기가 돼 왔던 사안"이라며 "IBM과의 계약 만료가 내년 8월"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감사는 이사회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감사 의견을 제출했고 이건호 행장도 이 의견을 수용, 지난 19일 이사회를 다시 소집해 같은 내용의 감사의견서를 상정했다.
하지만 다시 열린 이사회에서도 이 감사의견서가 거절되자 정 감사는 이 행장과 협의해 금감원에 관련 사항을 보고했고, 금감원이 특검에 나선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시스템 변경과 관련해 감사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중요한 정보사항이라 판단해서 상임감사가 은행장과 협의해 금감원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정 감사는 이사회 의결 근거로 만들어진 자료가 비용 문제 등에서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던 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IBM 측의 제보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경쟁입찰 없이 시스템 변경을 결정한 데 대해 정 감사가 문제 제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 감사의 정확한 문제제기 지점에 대해서는 국민은행 측에도 확인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감사와는 현재 통화가 안 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재열 KB금융 전무(CIO)는 자료를 통해 "은행, 카드 시스템 교체 결정은 업체 선정이 아니라 시스템 변경이고 현재 업체선정은 공개 경쟁입찰 진행 중"이라며 "현재 진행중인 유닉스 시스템 공개 입찰에는 IBM 뿐만 아니라 HP, 오라클 등 IT업체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어 특혜 시비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무는 그러면서 "시스템 변경 과정에서 우선 협상에 탈락했던 업체인 IBM 코리아 대표의 사적 이메일을 받은 은행 경영진이 공식 절차 없이 관련 메일 내용을 근거로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 이번 해프닝의 시발"이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상임감사위원은 은행 경영협의회를 거쳐 은행·카드 이사회 결의된 사항에 대해 자의적인 감사권을 남용해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를 무력화 시키려 했다"고 정 감사를 겨낭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사안을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간의 충돌로 보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 한 임원은 "경영진간의 갈등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