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일본과 유로존 경제가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회복으로 일본 경제가 회복을 보이는 만큼 유로존 경제가 타격을 입는다는 얘기다.
경제 성장을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인구와 무역, 혁신 등 유무형의 요인들이 실물경기의 향방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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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유로존의 경우 인구가 줄어드는 한편 전반적인 혁신이 부진하다는 점에서 커다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수 경기가 부진하다는 점도 두 지역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일본과 유로존은 경기 회복의 핵심 동력을 수출에서 찾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이 환율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천문학적인 부양책으로 일본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린 사이 유로화는 상승 압박을 받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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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이후 무역가중치를 감안할 때 엔화는 15%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유로화는 5% 가량 오름세를 나타냈다.
두 개 통화가 엇갈리는 향방을 보인 것은 외환시장이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라고 시장 전문가는 설명하고 있다.
물론 일본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데 집중한 근본적인 목적은 유로화를 끌어올리거나 유로존의 수출 경쟁력에 흠집을 내는 데 있지 않았다.
BOJ가 엔저 전략을 구사했던 것은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려 장기 고질적인 디플레이션을 뿌리 뽑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지난 4월 일본 근원 소비자물가가 연율 기준 3.2% 상승해 1991년 이후 최대 폭으로 치솟았다.
판매세 인상에 따른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물가는 1.5%의 탄탄한 상승 추세를 보인 것으로 시장 전문가는 진단하고 있다.
반면 유로존의 물가는 0.7% 오르는 데 그쳤고, 디플레이션 압박이 갈수록 높아지는 실정이다. 유로화 강세가 핵심 원인이라는 사실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역시 인정하는 부분이다.
BOJ의 엔화 평가절하가 유로화 가치 상승에 무게를 실어준 것은 물론이고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이후 고강도 통화완화에 나섰던 BOJ는 일보 후퇴하는 움직임이다. 반면 ECB는 이제 시작이다. 내달 회의에서 ECB는 금리인하를 포함한 부양책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투자매체 마켓워치의 앨런 매티 칼럼니스트는 “BOJ와 ECB은 제로섬 게임을 펼치고 있다”며 “양측의 통화정책 반전이 게임의 향방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