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5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부양책을 단행할 것으로 확실시되는 가운데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전세계에 전염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금리인하와 자산 매입 등 부양책으로 인해 ECB의 의도대로 유로화가 평가절하될 경우 이밖에 글로벌 주요 통화의 가치가 평가절상되고, 이에 따른 디플레이션 압박이 확산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진:월스트리트저널) |
3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5월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한 발 더 후퇴했다. 지난달 인플레이션은 0.5%를 기록해 전월 수치인 0.7%는 물론이고 시장 전문가 예상치인 0.6%를 밑돌았다.
전반적인 수요 기반이 취약한 데다 금융권과 가계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으로 인해 여신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ECB가 이번 회의에서 부양책을 시행할 근거가 한층 강화됐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예상이다.
ECB의 부양책은 무엇보다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유로화 강세로 인해 수입 물가를 중심으로 디플레이션 압박을 높인다고 지적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환시장 트레이더들 사이에 유로화 하락을 겨냥한 베팅이 크게 늘어났다. 헤지펀드를 주축으로 대형 투기 거래자들의 유로화 하락 베팅은 지난주 기준 28억달러로 늘어났다.
문제는 ECB의 부양책 및 유로화 평가절하에 따른 부작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글로벌 주요 통화의 가치가 상승하는 한편 디플레이션 압박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부양책과 엔화 평가절하가 유로화 가치를 끌어올려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더욱 높인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파장은 이미 확산되기 시작했다. 크로아티아와 헝가리, 불가리아 등 유로존 인접국이 이미 디플레이션 리스크에 직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스웨덴과 스위스는 물가 하락을 경계하고 있고, 영국 역시 실물경기 호조에도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 아래로 떨어졌다.
ECB의 부양책 발표 이후 유로화가 추가 하락할 경우 이들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거나 유로화에 페그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