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 경제 성장의 한 축인 부동산 시장이 휘청거리면서 기업파산 우려 등 시장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경기가 급랭하면서 극도의 혼란한 상황에 처했다. 정부가 구매제한을 완화해도 좀처럼 매기(買氣)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미분양 매물이 쌓이면서 자금난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당국이 시장 회복을 위해 구매제한 완화와 제한적 지준율 인하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오히려 거래는 줄고 가격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폐점 소식도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활황붐을 타고 뉴욕증시에 까지 성공리에 입성했던 부동산 포탈 기업 써우팡왕(搜房网) 은 회원사들의 계약해지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중국 부동산 시장이 모든 도시, 모든 곳에서 예외없이 거래감소 및 가격 하락세를 맞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CCTV는 최근 일주일에 걸쳐 베이징(北京) 항저우(杭州) 원저우(溫州) 난닝(南寧) 후이저우(惠州) 등 1~3선 중소대형 도시 부동산시장을 조사한 결과 폭락하는 곳도 있지만 여전히 상승세가 지속되는 곳도 있었다고 전했다.
도시 및 아파트단지별 주거 여건, 부동산 개발 기업들의 대처 능력에 따라 급락 지역과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는 지역이 교차했다. 건설자금 조달이 안돼 공사를 중단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여전히 분양이 활황을 보이는 곳도 나타났다.
하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의 대체적인 기조는 하락이 대세다. 유력 기관과 부동산 전문가들은 중국 전체 부동산 시장을 평균적으로 볼 때 거래량과 가격 모두 뚜렷한 냉각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때문에 자금사정이 본래부터 열악하거나 비록 우량기업이라도 사업을 방만하게 확정했던 부동산 기업들은 심각한 자금난속에 파산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엔 한때 우량기업으로 업계 부러움을 샀던 기업까지 자금난에 빠져들면서 시장 위기감을 더해주고 있다. 중국 100대 부동산 대기업인 광야오 그룹은 중국 부동산 업계가 직면한 경영난을 단적인 보여주는 사례다. 이 회사는 광둥(廣東)성 후이저우시에서만 10여곳 건설 현장의 공사를 중단하는 상황에 처했다. 부동산 냉각으로 인해 자금 사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광야오 그룹은 중국 부동산 업계 100대기업인 동시에 2012년만해도 성장성과 브랜드 가치 등이 최고인 부동산기업으로 꼽혔던 회사이다. 우량 기업에 속했던 광야오는 부동산 시장 냉각으로 자금사정이 어려워 지면서 공사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시장에 나도는 ‘광야오가 도산했다’는 얘기는 루머에 불과하지만 자금 압박으로 파산지경에 내몰리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광야오그룹 궈야오밍 이사장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금사정이 어려워 아파트 공사가 중단된 것을 시인했다.
자금 압박이 가중되자 광야오는 공개적으로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나섰다. 생존을 위한 자구노력 차원에서 자금력있는 투자자를 물색하고 나선 것이다.
광야오 그룹의 경영난은 중국 부동산 기업들이 겪고 있는 거래 급감 및 가격 하락, 미분양 누적 등 부동산 경기 급랭과 이로인한 자금난을 가장 사실적으로 드러내고 잇다.
현재 부동산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부동산 기업들의 도미노 디폴트를 우려한 당국이 '대출을 하라' 며 부랴부랴 은행 창구지도에 나섰으나 은행들은 오히려 금고를 걸어 잠그고 있다. 대출을 해봐야 부실 여신만 늘어날게 뻔하기 때문이다.
광야오 그룹은 은행 역시 부동산 기업들에 대해 대출 창구를 봉쇄하자 결국 내부자금이 고갈되면서 공사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됐다. IPO 통해 영업자금을 모집하려도 계획도 여의치 못한 상황이 됐다.
결국 광양오는 투자자를 물색하는 한편 한편 정부에 긴급 구원을 요청해놓은 상태이다. 시장은 정부가 심각한 부실과 자금난에 허덕이는 광야오 부동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 기업들의 연쇄 자금위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파산위기의 부동산 건설사 처리에 중요한 전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정부의 거시경제 운영에도 주름살이 더해지고 있다. 부동산 냉각이 연관 산업에 까지 파장을 미치면서 2분기 GDP 성장률은 1분기 보다 한층 악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서방 투자은행들과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까지도 2014년 GDP예상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상하이 재경대학의 천보(陳波)교수는 지난 5월 23일 오전 상하이의 한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정부가 올해 성장률을 약 7.5% 정도로 목표하고 있지만 이렇다할 부양책이 나오지 않는한 성장률은 7.2%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천 교수는 현재 은행들의 대출 금리는 5.7%~6%대이지만 이런 금리는 부동산 기업들에게 '그림의 떡'일뿐 자금 조달의 어려움과 함께 금리 상승 압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상하이 사회과학원 쉬밍치(徐明棋) 교수는 상하이 시내 화이하이중루(淮海中路) 사무실을 찾은 기자에게 20년~30년 고도 성장과정에서 각 부문에 과잉과 거품이 양산됐다며 부동산 버블은 그 중 가장 중요한 골칫거리인데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구조조정을 통한 연착륙 노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쉬 교수는 대도시의 경우 토지자원의 유한성, 외래 인구의 꾸준한 유입 등에 따른 시장 수요 측면에서 볼때 부동산 버블붕괴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한뒤 다만 항저우 등 3,4선 도시의 부동산 시장 냉각에 따른 기업 부도위험 등은 정상적인 경제운영과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IMF는 중국 부동산가격 하락을 이유로 경제성장 전망치를 7.3%에서 7.0%로 낮췄다. IMF 데이빗 립튼 수석부총재는 지난 5일 베이징에서 중국 부동산 가격 하락이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며, 이로인해 지방정부 및 그림자 금융(은행)부분의 채무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 중국 경제의 최대 위험 요소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