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D등급 이하 공공기관이 속출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대책과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로 그 어느 때보다 엄정하게 평가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18일 발표한 '201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보면 A등급은 2개에 그쳤다. 2012년에 16개 기관이 A등급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크게 부진한 것이다.
B등급은 40개에서 39개로 줄었다.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인 C등급은 39개에서 46개로 소폭 늘었다.
반면 D등급은 9개에서 19개, E등급은 7개에서 11개로 크게 늘었다. D등급을 2년 연속 받거나 E등급을 받으면 기관장 해임조치가 가능하다.
정부는 이번 경영실적 평가에서 D등급 이하 낙제점이 속출한 이유에 대해 부채가 과다하고 방만한 경영을 한 공공기관들의 경영실적이 부진했고 상대적으로 이번 평가는 과거 어느 때보다 엄정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주재하며 "이번 평가는 공공기관의 과다한 부채와 방만 경영이라는 비정상적 행태가 관행화 돼 있던 기간(2013년)에 대한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예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성과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방만경영 중점관리기관인 30개(38개 기관 중 기타공공기관 8개 제외) 중 20개 기관이 지난해보다 등급이 하락했다.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C등급 이상 기관도 지난해 25개에서 17개로 줄었다.
여기에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로 국민안전에 대한 평가가 강화됐다.
원전 불량설비 납품 관련 비리를 저지른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또 세월호 침몰 사고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선박안전기술공단이 지난해 C등급에서 2단계나 하락한 E등급을 받았다.
울산항만공사도 안전관리 노력이 미흡해 E등급을 받았다.
이번 경영실적 평가로 14곳이나 기관장 해임건의라는 인사 조치를 받게 됐으나 임명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경우는 해임 건의 대상에서 제외돼 울산항만공사와 한국산업기술시험원만 해임건의 조치를 받게 됐다.
정부는 이번 경영실적 평가를 앞두고 경영평가단을 78%나 물갈이하는 초강수를 뒀다. 3년 이상 연임, 최근 6년중 4년 중임자를 제외했고 공공기관으로부터 과도한 연구용역 수주, 강의, 비상임이사 경력자 등을 대거 제외한 결과다.
혹시 모를 공공기관과 경영평가단의 유착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한 셈이다.
사실 이번 평가에 들어가기 전에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칼을 갈았다는 후문이다. 공공기관 정상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공공기관들의 긴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이번 평가에서 B등급을 받은 A기관장은 "이번 경영평가가 그 어느 때보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이뤄졌고 강도가 세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