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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 선택한 포스코…꼬여버린 동부 구조조정

기사등록 : 2014-06-2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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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재무적 부담 판단에 인수 포기

 

[뉴스핌=우동환 기자] 포스코가 결국 동부 패키지 자산을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재무 구조 개선을 최 우선 과제로 내세운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도 신용 등급이 강등된 상황에서 무리한 M&A는 적잖은 재무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가 동부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동부 그룹의 구조조정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은 동부그룹의 빠른 구조조정을 위해 동부 측 입장을 배제하고 포스코에 인수 가격의 70~80%를 부담한다는 파격 제안까지 내놓았지만, 결국 포스코가 인수를 거부하면서 인수 불발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24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이 제안한 동부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인수안에 대해 내부 실사를 진행한 결과 인수 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산은으로부터 동부 자산 패키지 인수를 제안받은 후 실사를 하고 나서도 고민을 계속했다"면서 " 내부적으로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검토한 결과 인수는 '부정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동부인천공장에 대해서 나름대로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동부발전당진 역시 석탄화력발전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포스코는 나름대로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 시너지 측면에서 고민할 때 이 두 자산을 인수하기에는 재무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권 회장은 만약 동부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이 향후 개별 매물로 시장에 나올 경우에 대해서는 "그때 가서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라며 여지를 뒀다.   


◆ 고민 끝에 '내실'을 선택한 포스코

포스코가 장고 끝에 동부의 패키지 자산 인수를 거부한 것은 일단 주변의 '눈치'보다는 실속을 챙기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동부 그룹이 구조조정을 위해 동부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매물로 내놓은 후 업계에서는 일찌감치 포스코를 인수 후보군으로 지목했다.  여기에 산업은행은 빠른 구조조정을 위해 동부인천공장의 인수 파격 제안, 개별 추진 동부그룹의 입김도 배제했다.

이런 분위기에 당초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산은의 입장과 동부발전당진의 시너지를 고려해 인수 쪽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막상 산은으로부터 공식 인수 제안서를 받은 후 포스코는 장고를 거듭하는 자세를 취했다. 내부 실사 결과 역시 업계의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약 2달 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인수 쪽에 무게가 실렸던 업계의 분위기도 실사가 길어지는 동안 변했다.

포스코에너지가 매물로 나온 석탄화력발전소인 동양파워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그나마 포스코가 눈여겨 봤던 동부발전당진도 매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20여년 만에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에서 강등하고 나서면서 업계에서는 동부 자산 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도 팽배해졌다.

100일 전 권오준 회장은 취임식을 전후로 재무 구조 개선에 따른 포스코의 신용등급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비록 산은이 일부 인수 부담을 나눠 가지는 방향으로 인수를 타진했지만 패키지로 자산을 인수할 경우 등급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권오준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동부 자산 패키지 인수를 포기한 배경과 관련해 "인수 판단 기준은 재무 상황에 맞췄다"면서 "재무 여건상 범위에 들어온 다음에서야 시너지 등이 검토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권 회장은 이번 동부 자산 인수 제안에 대한 "포스코 회장과 철강협회회장으로 바라봤을 때 상충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인수 포기 결정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결국 철강 본원경쟁력 강화와 함께 재무구조 개선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권 회장은 내실을 선택한 셈이다.


◆ 꼬여버린 동부 그룹 구조조정 

포스코가 동부 자산 패키지 인수를 포기하면서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계획은 다시 '시계 제로'의 상황에 빠졌다.

일단 산은은 제값 받기를 위해 개별 매각을 주장했던 동부 그룹의 입장을 묵살하면서 포스코에 파격 제안을 했지만, 결국 인수 결렬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체면을 구겼다.

특히, 포스코 측은 이번 인수 제안과 관련해 패키지 자산으로 인수한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권 회장은 동양파워와 동부발전당진의 인수 가치를 묻는 질문에 대해 "동부발전당진 자체 가치가 떨어졌다고 본 것은 아니다"라며 "따로따로 매물이 나왔다면 새로운 기준으로 판단했겠지만 패키지로 나왔기 때문에 우선 동양파워만 가지고 가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동부 그룹 역시 구조조정의 핵심인 동부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이 시장에서 한 번 퇴짜를 맞았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을 재추진하는데 부담이 될 전망이다. 기대를 모았던 포스코 마저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다른 후보자를 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은 이날 동부인천공장 및 당진발전 매각 관련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 1월부터 직·간접적으로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인천스틸) 잠재 매수자를 접촉하였으나 매수의향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외IB를 통해 중국 철강업체의 인수의사 타진결과 관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산업은행은 동부 그룹의 제한적 경쟁입찰 요청을 추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잠재매수자 없는 상황에서 경쟁입찰 성립 가능성이 없었으며 경쟁입찰 방식의 매각을 추진하더라도 장기간이 소요되어 동부의 유동성 문제 해결이 곤란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산업은행은 앞으로 동부인천공장 및 당진발전에 대해 개별 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당진발전은 6월중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 절차를 개시하고 인천공장은 채권단 및 동부그룹과 협의해 향후 추진방향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7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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