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최근 러시아 증시가 드라마틱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전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지난 3월 서방의 경제제제 위기가 불거지면서 큰 폭의 급락을 기록했지만 이후 바닥권에서 3개월만에 30%대 이상의 탄력적인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올해 3월 14일 크림반도의 러시아 귀속 주민투표 직전 러시아 증시 RTS 지수는 장중저점 1016.01 포인트, 종가기준 1062포인트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25일 1383.02까지 상승하면서 지난해 말의 1400포인트대를 거의 복구한 상태다. 같은 기간 루블화도 달러당 36.5루블에서 33루블 후반까지 올라서면서 강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 러시아 블루칩들의 빠른 주가 회복
러시아 증시는 지난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크림반도 합병 결정으로 인해 급락한 바 있다.
당시 제이 카니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 경제 제제 가능성을 언급하며 "내가 여러분이라면 러시아 증시에는 숏(매도) 베팅을 하지 않는 한 절대로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카니 대변인의 투자전략 말대로 매도 포지션을 취했다면 적잖은 손실을 기록할 뻔 했다.
3개월만에 러시아 증시는 놀라운 턴어라운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러시아 증시 블루칩 종목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다는 점이다.
◆ 투자자들, '우크라이나 불안' 신경 안써
여전히 동부 우크라이나에서는 정치적 불안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시장 투자자들은 전혀 불안하게 느끼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시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대화 채널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듯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는 여전히 추가 경제제재를 결정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다.
전일에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상원의 우크라이나 군대파견 결의안에 대해 취소 결정을 하자 지수는 3.8%대 급등했다.
◆ 서방 경제제재시 타격 우려 종목들 반전
지난 3개월 동안 러시아 증시는 세계에서 가장 상승률이 높은 증시 가운데 하나였다. 지난 3월 저점에서 약 33% 회복세를 보였다.
러시아 증시에서 그동안 가장 상승률이 높았던 종목은 경제 제재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의 주요 종목들이었다.
예컨대 에너지업종의 천연가스 개발업체인 노바텍과 로즈네프트는 각각 37%, 17%대 상승했다.
이들 기업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노바텍의 겐나디 팀첸코와 로즈네프트의 이고르 세킨은 각각 서방 측의 입국거부 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다.
이 밖에도 가즈프롬은 3월 저점 이후 30% 상승하면서 오히려 연초대비 10% 올랐다.
◆ 은행들 주가 회복세 두드러져
은행업종에서도 국영은행인 VTB가 지난 3월 기록한 3년래 저점에서 반등하면서 무려 40% 급등세를 기록하고 있다.
스베르방크 역시 3월 저점 대비 23% 상승했다. 두 은행 역시 서방 금융제재의 주요 타깃으로 부각됐지만 놀라운 회복세를 기록했다.
조셉 데이언 BCS파이낸셜그룹 시장부문 대표는 "지난 4월과 5월 국내 및 외국계 투자자들이 강력 매수했다"면서 "그들은 시장의 불안정성이 걷히고 나면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의 회복세의 도움으로 이번주 초 스베르방크의 10억유로 규모 채권 발행도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가즈프롬방크 역시 유럽계 투자자들과 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 신흥시장 증시, 빠른 회복세 기록중
러시아 시장의 급격한 상승은 최근들어 신흥시장 증시의 회복세와도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다.
MSCI 신흥시장 지수는 지난 3월 이후 14% 상승했다. 또한 최근 이라크 사태 발발로 인한 국제유가 강세도 자원이 풍부한 신흥시장 국가들에는 유리한 국면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러시아 증시의 랠리가 고점에 가까워졌다고 경고하고 있다.
VTB캐피탈은 "러시아 증시의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무력 충독이 지속되고 있고 러시아 경제 상황도 만만치 않다"고 경고하고 있다.
VTB 측은 올해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이 제로(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