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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대란 오나] ① 건설업 태반, 여전히 자기등급과 금리 괴리 커

기사등록 : 2014-07-0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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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시장, 한화건설·SK건설·대림산업·포스코건설 등 주목

신용평가사들이 독해졌다. 지난해 동양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신평사에 대해 집중적인 검사를 실시하면서 등급 현실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 KT, 포스코 등 우수기업에 대한 신평사의 시선에 변화가 생기면서 도미노 강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이르면 연내 도입되는 독자신용등급제도 역시 대기업 계열사 신용등급의 연쇄강등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각해진 등급 인플레이션이 이번 기회에 정상화될 것인가. 시장이 예상하는 파장의 크기와 범위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뉴스핌=김선엽 기자] "성역은 없다. 포스코의 신용등급이 강등됐고 KT의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됐다. 올해 말까지 경쟁력이 약화됐거나 부진한 실적이 이어진다면 AA급의 신용등급 유지는 힘들 것이다."(신한금융투자 김상훈 크레딧 애널리스트)

"최근 진행 중인 정기 평정에서 과거보다 등급 조정 속도가 빠르고 때로는 과감하게 이뤄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금융당국의 신용평가사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이 크게 강화된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신영증권 김세용 크레딧 애널리스트)

6월 11일 포스코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을 두고 회사채 시장에서는 역사적 사건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AAA'급의 강등이 20년 만에 처음인데다 모기업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계열사 신용등급에 대한 조정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등급 인플레이션을 누리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등급 정상화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국제신평사와의 등급괴리라는 고질적인 문제 역시 신용등급 정상화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제신평사와 등급이 괴리된 것이 문제가 된 국내기업들은 글로벌 채권 발행이 가능한, 비교적 신용등급이 우수한 'AA'급 이상의 기업들이긴 하지만 이들의 신용등급이 조정된다면 그 밑에 위치한 A급들은 연쇄적으로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HMC투자증권 황원화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해외등급과 평정논리나 국내시장의 특성 등을 이유로 괴리가 있었던 국내등급이, 결국에는 해외등급 배열에 수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게 되면 포스코 외에도 추자적인 등급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금융감독원이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등 신평 3사의 임원들에 대한 대규모의 중징계를 예고한 것도 등급조정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지난해 동양사태 이후 신평사에 대한 특별검사가 실시되면서, 징계가 있을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징계수위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대규모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 올 상반기 신평 3사의 등급조정 내역을 살펴보면 1~6월 등급이 올라간 기업은 12개(3사 평균)인 반면 하향 조정된 기업은 26.3개다.

특히 5월과 6월의 등급상하향배율(신용등급이 상승한 기업 수를 하락하거나 부도가 난 기업 수로 나눈 수치)은 각각 0.5, 0.15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조사가 신평사에 등급하향 조정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 건설업종 태반, 여전히 자기등급과 금리차 커

이처럼 올 상반기 신평사들의 눈초리가 매서워졌지만 이제 시작이란 시각이 상당하다. 특히 전문가들이 우선적으로 꼽는 '문제' 업종은 건설사다. 올해 일부 건설업 및 관련업종에 대한 등급 하향 조정이 진행됐지만, 여전히 시장의 평가와 신용등급의 괴리가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 채권 매니저 등 1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6월 9일 발표)에서도 적정등급보다 고평가된 것으로 판단하는 업종에서 건설업(53명, 복수응답 허용)이 1위를 차지했다. 조선업(33명), 운송업(32명) 등이 뒤를 이었다.

A+급 건설사 중에서는 GS건설이 도드라진다. 지난달 27일 기준 기준등급 대비 스프레드(3년물 기준)가 42.2bp(1bp=0.01%p)로 벌어진 상태다.

신평사가 부여한 신용등급과 회사채 민평 금리가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평금리가 등급 평균보다 높을수록 신평사의 등급이 시장의 평가보다 후하다는 의미다.

'A0'급 중에서는 부동산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화인파트너스가 무려 223bp나 높고 현대산업개발 역시 지난해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락했지만 여전히 스프레드가 118bp나 벌어진 상태다. 한화건설과 롯데건설이 각각 166bp, 83bp의 스프레드를 유지하고 있고 SK건설, 태영건설 등도 56bp, 75bp로 간격이 넓다.

'AA-'급 중에서는 얼마 전 회사채 수요예측에 실패한 포스코건설이 49bp의 스프레드를 기록 중이고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대림산업은 38bp다.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신평사들이 이미 건설업종에 대한 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에 또 다시 업종 전체의 등급을 낮추긴 어렵겠지만 등급 강등을 피해갔던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적을 살펴보며 등급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평사 관계자는 "자기등급 대비 스프레드가 해당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라는 점에서 신평사 입장에서도 하나의 검토사항이긴 하지만, 신평사는 기업에 대한 고유의 평가방법론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현재 'AA-'급의 3년물 회사채 금리는 3.014%다. 'A+'과 'A0'는 각각 3.433%, 3.675%다. 또 'A-'는 4.022%로 등급 마다 25~45bp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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