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주은 기자] 국내 토종 포털사인 네이버가 독과점 논란으로 규제에 발목 잡힌 사이 구글, 페이스북, 텐센트 등 해외기업이 국내에서 파이를 확장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이 규제 덕에 해외 기업은 호주머니를 채워가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골목상권 침해와 독과점 논란으로 네이버가 언론의 집중 공세를 받았던 1년 전만 해도 구글은 크게 의식해야 할 정도의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구글은 지난해 9월부터 도메인별 웹사이트 10위권 안에 랭크되기 시작했고 꾸준히 순방문자를 늘리며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유튜브도 인터넷실명제가 시행되기 직전인 2008년 말 국내 동영상 시장 점유율 2%에 불과했지만 인터넷실명제 시행을 기점으로 단숨에 15%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했다. 이어 2013년 8월 말 기준 시장점유율 74%를 기록하며 급기야 국내 기업인 판도라TV, 다음팟 등을 제치고 1위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상황에 비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25일 롯데호텔 제주에서 열린 ‘2014 중소기업 리더스 포럼’에서 “국내 인터넷 업계의 경쟁도 무섭지만 더 두려운 경쟁자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해외 기업”이라며 “국내 시장이 점차 해외 기업들에 잠식돼 경쟁하기 두려운 상대”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더구나 해외사업자들은 글로벌 경쟁력과 막대한 자금력으로 지속적으로 국내 포털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구글은 기사총액 380조원, 페이스북 160조원에 달한다. 중국 IT업체 규모 역시 만만치 않다. 텐센트가 142조원, 바이두가 63조원이며 상장을 앞둔 알리바바의 공모가는 170조원이다.
네이버 시가총액은 약 26조원으로 자금력으로만 보면 경쟁상대가 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덩치에 비해 해외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자력으로 국내 포털시장을 장악했다. 현재 구글이 아닌 자국 포털이 검색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 한국 세 곳 뿐이다.
해외 유수 기업들도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네이버를 주목하고 있다.
이해진 의장은 “네이버가 국내 시장을 장악해 구글이 못 들어온 게 아니다”라며 “처음 국내를 장악한 포털은 야후, 다음 등이고 네이버는 후발주자로 경쟁을 통해 시장을 수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글의 장악력을 제친 네이버의 국내 시장 수성에 대해 주변의 관심이 많다”며 “우리 힘으로 시장을 지키고 있는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최근 국내에서는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에 달리 적용되는 ‘비대칭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포털에 대한 규제를 없애, 인터넷 기술·사용자·사업자가 공존하고 자유로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경쟁력 있는 기업이 규제에 발목 잡혀 해외기업에 자리를 내주는 과거 상황을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전자상거래시장에서 활발했던 지마켓과 옥션이 이베이에 시장을 내주고, 현재 모바일에서는 페이스북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국내 시장을 발판으로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해외 사업자와 동등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등 자유로운 환경 조성이 선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